상세페이지나 랜딩페이지 작업만 하다가 SNS 콘텐츠를 처음 만들면 은근히 당황할 수 있어요.
제가 처음 SNS 콘텐츠 만들때가 생각나네요.
처음에는 그냥 작은 배너 만드는 느낌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정사각형 안에 이미지 넣고, 카피 넣고, 로고 넣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SNS는 사람들이 디자인을 보러 들어오는 곳이 아니잖아요.
친구 사진 보다가, 릴스영상 보다가, 맛있는 거 보다가,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거 보다가!
중간에 제 디자인이 갑자기 랜덤으로 끼어드는 겁니다.
그러니 상세페이지처럼 사용자가 이미 제품이나 정보에 관심이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면 안 됐어요.
아무 관심 없는 사람의 손가락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해야 했고,
멈춘 다음에는 몇 초 안에 무슨 내용인지 이해시켜야 했고,
여러 게시물을 계속 만들다 보면 브랜드 느낌도 맞춰야 했어요.
저는 병원에서도 광고나 SNS 콘텐츠를 만들었고, 전자제품 관련 콘텐츠도 계속 제작했는데
업종은 달라도 공통적으로 신경 쓰게 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첫 화면에서 뭘 보여줄지, 한 장에 정보를 얼마나 넣을지.
그리고 여러 게시물이 올라갔을 때 한 브랜드처럼 보이는지까지 세 가지를 특히 많이 봤어요.
1. 첫화면에서 무슨 내용인지 바로 보여주기
SNS 디자인에서 저는 첫 장 작업을 제일 신경 써서 만들었어요.
특히 여러 장으로 넘겨보는 콘텐츠라면 첫 장에서 관심을 못 끌면 두 번째 장은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ㅠ_ㅠ
첫장에 이미지 크게 넣고, 카피는 작고 세련되게, 여백도 적당히~ 뭔가 잡지 표지처럼 감성적으로.
이렇게 작업해두면 디자이너 눈에는 참 예쁜데요.
이걸 실제 SNS 화면에서 보면 '그래서 무슨 얘기인데?' 싶은 경우가 많았어요.
상세페이지는 사용자가 이미 제품을 보려고 들어온 상태지만 SNS는 전혀 아니니까요.
그래서 나중에는 첫 장을 만들 때
이 게시물을 '왜' 봐야 하는지부터 생각했어요.
신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라면 신제품이라는 게 바로 보여야 하고.
이벤트라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보여야 하고.
정보성 콘텐츠라면 어떤 정보를 알려주는지가 보여야 했어요.
예를 들어 건강 관련 콘텐츠인데,
첫 장에 '건강한 하루를 위한 작은 습관' 이렇게만 써놓으면 분위기는 괜찮은데 너무 넓잖아요.
대체 뭘 알려준다는 건지 모르니까요.
차라리 내용이 수면이라면 수면을, 허리 통증이면 허리 통증, 검진이라면 건강검진.
이렇게 주제를 바로바로 보여주는 게 훨씬 편했어요.
저는 카피도 같은 이유로 너무 멋있게만 쓰려고 하지 않았어요.
SNS에서는 예쁜 말보다 '아 이거 내 얘기인데?' 하는 문장이 먼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여담이지만 저는 이런 유입이 체류시간도 길어서 마케팅 적으로 이득을 많이 봤어요!
그리고 사진도 비슷했어요.
예쁘다고 무조건 쓰기보다 작은 SNS 화면에서 봤을 때 주제가 바로 보이는 이미지를 골랐어요.
큰 모니터에서는 디테일이 다 보이는데 휴대폰에서 피드로 보면 생각보다 더 작거든요.
상세페이지 모바일 글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큰 모니터에 너무 익숙해서 실제 화면으로 줄여보는 습관을 조금 늦게 들였어요.
SNS 콘텐츠도 만들고 나면 실제 피드 크기로 꼭 줄여서 봤어요.
글자가 잘 읽히는지, 제품이 너무 작지는 않은지,
무엇보다도 중요한 첫 화면에서 주제가 바로 보이는지.
그 상태에서 애매하면 다시 키우고 줄이고 했어요.
첫 장은 작품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다음 장을 보게 만드는 입구라고 생각하니까 작업 방향 설정하기가 좋았어요.
2. 정보량은 욕심내지 않고 나누기
SNS 콘텐츠 만들면서 제일 자주 싸운(?) 일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제 입장에서는 '효과적으로 공간 나누기'예요.
특히 카드형 콘텐츠를 만들면 한 장 안에 이것도 넣고 싶고 저것도 넣고 싶어요.
담당자가 자료를 주면 더 심합니다.
'제목과 설명, 주의사항, 가격이든 날짜든 관련된 숫자, 출처, 연락처, 로고.
그리고 뭔가 허전하니까 이미지도 하나 넣어주세요.'
초반에는 저도 받은 내용을 최대한 한 장에 넣으려고 했어요.
다 들어가야 완성된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글씨는 작아지고, 행간도 좁아지고, 이미지는 구석으로 밀리면서
결국 아무것도 시원하게 안 보이는 디자인이 됐어요.
특히 병원이나 정보성 콘텐츠를 만들 때는 넣어야 할 내용이 꽤 많았어요.
건강 관련 내용은 함부로 줄일 수도 없고,
설명이나 주의사항이 줄글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나중에는 한 장에 다 넣는 것보다 내용을 나누는 쪽으로 생각했어요.
첫 장에서는 주제를 보여주고.
두 번째부터 핵심 내용을 하나씩 설명하고.
마지막에 필요한 안내나 정보를 정리하는 식으로요.
카드뉴스형 디자인이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한 장에 세 가지를 설명하려고 하면 세 가지가 다 약해지는데,
한 장에 하나씩 보여주면 이미지도 커지고 카피도 훨씬 편하게 읽혔어요.
글이 적어지니까 자연스럽게 가독성도 좋아졌고요.
그리고 글을 줄일 때는 카피 글에서도 얘기했던 것처럼 중복부터 봤어요.
이미 이미지가 설명하고 있는 내용.
제목에서 이미 말한 내용.
앞 장에서 설명한 내용.
굳이 다시 안 써도 이해되는 문장.
이런 걸 빼다 보면 생각보다 많이 줄어듭니다.
예전의 저는 글이 안 들어가면 폰트를 줄였는데 지금의 저는 문장을 먼저 의심합니다.
많이 성장했죠? ㅋㅋㅋㅋㅋ
그리고 SNS에서는 특히 긴 문장을 그대로 넣기보다 문장을 잘게 나눠서 보여주는 게 편했어요.
화면도 작고 사용자는 빨리 넘기니까요.
제가 쓰고 싶은 만큼 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읽을 만한 양을 남기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정보가 많다고 다 한 장에 넣는 게 친절한 게 아니더라고요.
오히려 읽다가 질려버리면 아무 정보도 못 가져갑니다.
사실 저부터도 그렇거든요.
글씨 빽빽한 카드 보면 슬쩍 다음 게시물로 도망갑니다.
제가 만든 것도 소비자는 똑같이 볼 거라고 생각했어요.
3. 통일감은 똑같이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SNS 디자인을 생각 없이 만들다 보면 또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씩 보면 괜찮은데 피드에 모아놓으면 다 다른 회사 같아 보여요....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콘텐츠마다 주제가 다르니까 디자인도 매번 새롭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번 건 사진을 크게, 다음은 그래픽 위주로.
그다음은 컬러를 강하게, 다음 콘텐츠는 또 완전히 다른 폰트 써보고.
하나씩 만들 때는 재미있어요.
근데 여러 개를 한꺼번에 보면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회사 SNS는 제가 하고 싶은 디자인 실험장이 아니라 브랜드 채널이잖아요.
그때부터는 모든 콘텐츠를 똑같이 만들지는 않더라도 반복되는 기준을 조금씩 두기 시작했어요.
- 로고 위치
- 제목이 들어가는 위치
- 폰트 사용 방식
- 브랜드 컬러
- 여백
- 이미지 위에 텍스트를 올리는 방식
이런 것들이요.
그렇다고 모든 게시물을 복사해서 글자만 바꾸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하면 이번에는 너무 지루해지더라고요..;
특히 프로모션이나 신제품처럼 힘을 줘야 하는 콘텐츠까지 매번 같은 틀에 넣으면 중요한 게시물도 평범해 보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기본 규칙은 유지하되 콘텐츠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꿨어요.
정보성 게시물끼리는 비슷한 구조를 가져가고.
이벤트는 조금 더 화려하게.
신제품은 제품 이미지가 중심이 되게.
영상이나 릴스용 콘텐츠는 작은 화면에서도 제목이 잘 보이게. 이런 식으로요.
저는 이게 상세페이지 만들 때 반복되는 섹션 규칙 잡는 거랑도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전부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같은 사람이 만든 것 같기는 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회사에서 계속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오늘 하나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주에도 또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때 어느 정도 기준을 만들어놓으면 작업시간도 훨씬 줄어요.
매번 이번에는 폰트를 뭘 쓰지?
제목은 어디 넣지?
로고는 얼마나 크게 하지? 이런 요소들을 처음부터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특히 비슷한 성격의 콘텐츠가 반복될 때는 기본 템플릿을 만들어놓고 필요한 부분만 바꾸기도 했어요.
저는 반복작업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SNS 업무는 반복작업이 아주 성실하게 찾아오더라고요.
그래서 디자인 퀄리티뿐 아니라 내가 계속 만들 수 있는 구조인지도 꽤 중요했어요.
처음에는 SNS 콘텐츠 하나하나를 예쁘게 만드는 데만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근데 계속 만들어보니까 하나만 예쁜 것보다 피드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더라고요.
눈에 띄어야 할 때는 눈에 띄고.
읽혀야 할 때는 잘 읽히고.
여러 개 모였을 때는 같은 브랜드처럼 보이고.
SNS 디자인은 작은 이미지 몇 장 만드는 업무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람 손가락이랑 싸우는 일이었습니다.
스크롤 좀 멈춰주세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여기좀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