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인만 하다가 처음 인쇄물을 만들었을 때가 아직도 기억나요. (실수 투성이었기 때문!)
그전까지 저는 거의 모니터 안에서만 결과물을 봤거든요.
포토샵에서 잘 보이면 됐고, 색도 제가 화면에서 본 그대로였고,
이미지도 화면에서 안 깨지면 크게 문제없다고 생각했어요.
인쇄는 진짜 다른 세계였어요.
제가 알던 지식이 그냥 아무 쓰잘데기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처음 편집디자인 작업을 했을 때는 웹에서 하던 습관을 그대로 가져갔다가 정말 여러 번 데였습니다.
RGB로 작업해서 출력 색이 이상하게 나오기도 했고.
화면에 보이는 쨍한 색을 CMYK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서 온갖 사이트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해상도도 웹 작업하듯 잡았다가 인쇄용으로는 부족해서 처음부터 다시 만든 적도 있어요.
특히 RGB로 작업해서 인쇄를 한번 망쳤을 때는...
납기가 코앞이었는데 결과물 확인하니 멘탈이 나가더라고요..;
결국 그날 철야하면서 CMYK 기준으로 처음부터 다시 작업했고,
재인쇄까지 해서 거의 데드라인에 딱 맞게 끝냈어요.
진짜 똥줄 탄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RGB는 가산혼합이고 CMYK는 감산혼합이라는 걸 학교에서 배워서 머리로는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실제 인쇄물을 한번 경험해 보니까
아... 이래서 다르다고 하는구나 그제야 제대로 체감했어요.
그 뒤로는 인쇄 작업을 시작할 때 색상모드, 별색 여부, 해상도를 제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1. CMYK로 작업하는지 먼저 확인하기
제가 처음 제대로 크게 실수했던 게 RGB 상태로! 인쇄 작업을 한 거였어요.
웹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RGB가 너무 익숙했거든요.
새 파일 만들어 디자인하고, 이미지 보정하고, 색 맞추고 다 끝낸 다음 인쇄했는데...
제가 모니터에서 봤던 색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쨍한 색이나 밝은 컬러가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탁하게 느껴졌어요.
그때 처음 RGB와 CMYK 차이를 지식이 아니라 사고로 배웠습니다 ㅠㅠ
이 부분이 조금 헷갈릴 수 있으니 간단히 첨언하자면
RGB는 모니터처럼 빛으로 표현하는 색상 방식이고,
빛을 더할수록 밝아지는 가산혼합이에요.
반대로 CMYK는 잉크를 겹쳐 인쇄하는 방식이라 색을 더할수록 빛을 흡수하고 어두워지는 감산혼합이고요.
학교에서 배울 때는 아 그렇구나 하고 시험만 봤는데요.
실제로 인쇄물을 받아보니 아주 친절하게 몸으로 알려주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문제는 제가 그걸 인쇄한 다음에 알았다는 거고요.
데드라인은 얼마 안 남았고, 색은 엉망진창이고..
결국 CMYK 기준으로 다시 잡고 작업을 처음부터 거의 다 손봤어요.
이미 RGB 상태에서 색을 잡아놓은 뒤라 단순히 버튼 하나 눌러 CMYK로 바꾼다고 제가 원했던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어요!!!
제 생각엔 이거 바로 전환 가능한 프로그램 선점해서 제일 먼저 만들어 내는 사람이 떼돈 벌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미지도, 배경색, 포인트 컬러도 다시 맞추고 밤새 작업해서 재인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열정적이었네요. (사실 선택지가 없었던 거지만..)
그 뒤로는 인쇄물 작업 들어오면 파일 만들 때부터 색상모드를 먼저 봤어요.
웹용인지 인쇄용인지.
최종 결과물이 어디에 나갈 건지.
이걸 작업 시작 전에 확인했습니다.
웹 작업하다 편집디자인 처음 하시는 분들이라면 진짜 이것부터 보세요.
나중에 바꾸는 것보다 처음부터 제대로 잡는 게 백 배 편합니다.
저는 이미 한번 밤을 새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2. 화면색 그대로 인쇄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CMYK 사건 이후에 또 하나 당황했던 게 컬러였어요.
화면에서는 너무 예쁜 색인데,
인쇄하려고 하면 비슷하게 맞추기가 어렵더라고요?
특히 신입 때는 RGB 컬러를 CMYK에서 어떻게 비슷하게 만들어야 하는지도 감이 없었어요.
불행하게도 그때 저는 사수가 따로 없었거든요.
진짜 맨땅에 헤딩하면서 배워나가야만 했던.. ㅠㅠ
그래서 진짜 별짓을 다 해봤답니다.
RGB 값을 CMYK로 변환해주는 사이트 찾아보고,
비슷한 컬러값 검색해보고, 모니터마다 비교해보고...
사이트를 몇 개나 돌아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화면에서 보는 색과 실제 인쇄색이 완전히 같은 결과를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깨알 상식 : 인쇄는 매번 잉크를 섞기 때문에 같은 코드여도 출력되는 색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답니다..!)
특히 형광색에서 제대로 막혔어요.
모니터에서는 눈이 아플 정도로 쨍한 형광색을 만들 수 있잖아요.
그래서 CMYK에서도 숫자만 잘 맞추면 비슷하게 나올 줄 알았는데 안나오더라고요?...
아무리 만져도 제가 원했던 그 형광 느낌이 안 나오는 거예요. 진짜 당황의 연속....
그때 처음 알게 된 게 별색이었어요.
일반적인 CMYK 4도 인쇄만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은 별도의 잉크를 추가해서 인쇄할 수 있고,
형광색도 이런 별색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어요.그리고 팬톤 컬러북 같은 걸 이용해서 실제 인쇄되는 색을 확인하거나 별색을 지정하는 방법도 알게 됐고요.
그전까지 저는 모니터에서 이 색이니까 인쇄도 이 색이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
그 뒤로는 특정 컬러가 정말 중요한 작업이라면 화면만 보고 판단하지 않았어요.
브랜드 컬러처럼 색 정확도가 중요하다면 실제 인쇄 기준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별색 사용 여부도 같이 체크했어요.
특히 형광처럼 CMYK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을 봤을 때는
이걸 어떻게 비슷하게 만들지?보다 이 색이 일반 4도 인쇄로 가능한 색인가?부터 생각하게 됐어요.
이 경험 이후로는 색을 고를 때도 작업물이 화면에서 끝나는지, 종이에 찍혀 나오는지에 따라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3. 해상도는 최종 인쇄크기까지 같이 보기
색 때문에 한번 데이고 나니까 이제 좀 알겠다 싶었는데요.
이번에는 해상도가 제 발목을 잡습니다.
웹디자인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낮은 해상도의 이미지도 화면에서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 습관 그대로 편집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72dpi 기준으로 작업했던 적이 있는데요,
심지어 사용한 소스도 벡터가 아니라 비트맵 이미지였어요.
화면에서는 당연히 괜찮아 보였습니다.
확대해서 봐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은데? 하고 작업했어요.
심지어 예쁘게 잘 나왔다고 혼자 만족하고 있었죠..ㅋㅋㅋ
근데 인쇄는 화면이 아니라는 점.
실제 크기로 출력하면 이미지 퀄리티 차이가 훨씬 잘 보였습니다.
그때 또 깨달았어요.
포토샵 화면에서 멀쩡해 보인다는 건 인쇄에서도 멀쩡하다는 뜻이 아니구나.
일반적인 인쇄물 작업에서는 최종 출력크기 기준으로 300ppi 정도를 많이 사용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애초에 소스를 작은 비트맵 이미지로 작업해놓은 상태라
나중에 해상도 숫자만 300으로 바꾼다고 이미지에 없는 정보가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었어요.
결국 또 처음부터 다시 작업했습니다.
왜 제 신입 시절 이야기는 자꾸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는 결말로 끝날까요?
이때부터는 이미지를 받을 때부터 크기를 봤어요.
이 이미지가 최종 인쇄크기에서 충분한 해상도를 가지고 있는지.
작은 이미지를 억지로 크게 늘리고 있지는 않은지.
가능하면 벡터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는 없는지.
이런 걸 먼저 확인했어요.
특히 포스터나 리플렛처럼 이미지가 크게 들어가는 작업은
작업이 거의 끝난 뒤에
어...? 이 사진 너무 작은데? 하고 발견하면 정말 피곤해져요.
이미 레이아웃은 그 사진 기준으로 다 만들어놨거든요.
그래서 아예 작업 초반에 소스부터 확인하는 게 제일 편했어요.
그리고 인쇄소에 넘기기 전에도 실제 인쇄 사이즈를 다시 확인했어요.
예를 들어 작은 이미지를 포토샵에서 100%로 봤을 때 선명하다고 안심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몇 cm 크기로 인쇄될 건지를 같이 봤어요.
해상도는 숫자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이 이미지를 실제로 얼마나 크게 쓸 건지까지 같이 봐야 한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웹디자인만 할 때는 모니터에서 잘 보이면 작업이 거의 끝난 줄 알았어요.
첫 편집디자인 작업들을 거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RGB로 한번 데이고, 형광색에서 한번 막히고, 72dpi로 또 한번 얻어맞고.
아주 골고루 경험했네요.
여러분은 저처럼 헤매서 두번 세번 작업하지 마시고
CMYK 확인, 별색 인쇄까지 확인, 이미지 해상도 확인까지 꼭 하고 작업 시작하세요.
신입 때의 제가 이 세 가지만 먼저 확인했어도 철야 한 번은 줄였을 텐데 말이죠.
뭐... 덕분에 지금 이렇게 글감 하나 생겼으니 됐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