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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한 뒤 옛 직장 동료에게 프리랜서 제안을 받은 이유

by 디자이너 소엘 2026. 8. 14.

첫 회사를 퇴사하고 잠시 쉬고 있던 어느 날이었어요.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에게 연락이 왔어요.

그분은 이미 다른 회사로 이직한 상태였는데 새 직장에서 디자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저한테 프리랜서로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당시 저는 프리랜서가 되겠다는 계획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회사도 그만뒀겠다 잠깐 쉬면서 앞으로 뭘 할지 생각하던 중이었고요.

그런데 마침 일도 필요했고, 저를 먼저 찾아주셨다는 게 감사해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게 제가 몇 년 동안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는 시작점이 되었죠!

 

 

 

내 첫 회사에서의 마지막 모습이 사람들 기억에 남아 있었어요

나중에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면서 느낀 게 하나 있어요.

사람을 기억할 때 첫인상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마지막에 보는 모습이 굉장히 오래 가더라고요.

 

저는 첫 회사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동료들과 크게 대립하거나 사이가 틀어진 적이 없었어요.

그럴 일이 딱히 없기도 했고요.

 

저는 원래 엄청 외향적인 편이라 제 일이 조금 일찍 끝나서 잠깐 쉴 시간이 생기면 다른 직원 자리로 놀러 가곤 했어요.

가서 떠들고, 간식 얻어먹고, 또 다른 자리 가서 한참 이야기하고.

지금 생각하면 회사에서 사람 만나는 걸 정말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일을 할 때는 맡은 작업을 끝내고, 마감 맞추고, 다른 부서와 협업하면서 큰 문제 없이 지냈어요.

그래서인지 시간이 꽤 흐른 뒤 다시 연락한 분들은 아직도 저를 그때 모습으로 기억하고 계셨어요.

 

재미있는 건 지금의 저는 그 시절의 저와 여러 면에서 많이 달라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들을 만나면 여전히 스물몇 살 때 회사에서 같이 웃고 떠들며 일하던 제 이미지가 먼저 남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만약 퇴사 직전에 곧 나갈 사람이라고 슬렁슬렁 일하면서 깽판치고 나왔다면 저는 그런 이미지로 기억됐겠죠?

 

 

 

회사 체질인 내가 혼자 일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첫 프리랜서 작업은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방식이 아니었어요.

자료를 전달받고 집에서 작업한 다음 결과물을 보내고, 필요할 때만 만나서 회의하는 식이었어요.

 

사실 저는 이게 조금 걱정됐어요.

저는 원래 회사에 출근해서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었거든요.

점심 같이 먹고, 일하다가 잠깐 잡담하고,

다른 부서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퇴근 전 잠깐 모여 간식 먹고.

이런 회사생활 자체가 저한테는 꽤 잘 맞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집에서 혼자 일하면 너무 쓸쓸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의외로 할 만하더라고요.

혼자 있으니 디자인에 집중하기는 오히려 편했고, 정해진 마감만 지키면 제 시간을 조금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물론 사람을 안 만나도 괜찮은 사람이 된 건 아니었어요. (단호)

회의나 미팅이 있어서 밖에 나가는 날이면 괜히 반갑고, 사람 만나면 또 엄청 떠들었어요. ㅋㅋㅋ

그래도 '나는 혼자서 일하는 것도 생각보다 잘 할 수 있구나~!' 를 처음 알게 됐어요.

 

 

 

프리랜서를 몇 년 하다 보니 인맥이 왜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인맥 관리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뭔가 일부러 사람을 만나고, 나중에 필요할 때 도움받으려고 관계를 만들어두는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프리랜서로 몇 년 일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인맥과는 조금 달랐어요.

한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거기에서 제가 새로운 담당자를 만나고,

그 담당자가 또 다른 회사나 사람을 소개해주고.

정말 거미줄처럼 연결되더라고요.

사회생활을 오래 할수록 사람과 사람이 얼마나 많이 이어져 있는지도 보이기 시작했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사람과 쓸데없이 척지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도 많이 하게 됐어요.

당장 다시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아도 몇 년 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날지 정말 모르거든요.

물론 무조건 참고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굳이 나쁜 감정을 남기면서 끝낼 필요가 없는 관계라면 저는 최대한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첫 회사에서 만들어놓은 좋은 기억이 몇 년 뒤 실제 일로 돌아온 경험을 해봤으니까요.

 

 

 

그렇다고 소개만 기다리면서 일한 건 아니었어요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면 누군가 소개해주는 일도 있지만 그걸로만 계속 일할 수는 없었어요.

저도 직접 일을 찾으러 굉장히 많이 다녔어요.

 

회사나 기업에 제안서를 만들어 보내기도 하고,

제가 어떤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소개하고,

포트폴리오를 붙여서 외주가 필요하면 연락해달라고 먼저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쉽게 말하면 ‘제가 이런 디자이너인데 일감 좀 주십쇼!!’ 하고 계속 문을 두드린 거예요 ㅋㅋㅋ

당연히 보낸다고 다 답이 오는 건 아니었어요.

답이 없는 곳도 많았고, 이미 다른 디자이너와 일하고 있다는 정중한 거절도 받아봤어요.

그래도 계속 보내다 보면 그중 일부는 실제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소개받은 일과 제가 직접 만든 일이 섞이면서 프리랜서 경력도 점점 쌓이기 시작했고요.

 

 

 

프리랜서 경력 자체가 또 하나의 신뢰가 됐어요

처음에는 제가 회사에서 했던 경력이 가장 큰 무기였어요.

어떤 제품을 디자인해봤는지,

어떤 브랜드를 담당했는지,

어떤 종류의 작업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어요.

 

그런데 프리랜서 일을 몇 년 하다 보니까 이제는 프리랜서 경력 자체도 신뢰가 되더라고요.

여러 회사와 실제로 외주 작업을 해봤고,

혼자 일정을 관리해봤고,

견적부터 작업, 수정, 납품까지 직접 진행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도 처음 외주를 해보는 디자이너보다 이미 여러 곳과 일해본 사람에게 조금 더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제안서를 보낼 때 점점 쓸 수 있는 내용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이런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정도였다면,

나중에는 ‘이런 회사들과 실제 이러이러한 프로젝트를 진행해봤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경력이 또 다른 경력을 불러오는 시기가 조금씩 생겼어요.

 

 

 

오래 일할수록 더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싶어요

프리랜서로 몇 년 일하면서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저를 다시 찾아주시고, 또 다른 분에게 소개해주셨어요.

제가 먼저 제안서를 보내서 시작된 인연도 있었고,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이 다시 연락을 주면서 이어진 일도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 건, 한 건이 그저 새로운 작업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하나씩 연결되면서 제 경력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누군가 저를 다시 찾아준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

디자이너는 정말 많고, 다른 선택지도 얼마든지 있는데 그중에서 한 번 더 저를 떠올려주고 일을 맡겨준다는 건 생각해보면 굉장히 감사한 일이잖아요.

 

경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제가 무조건 선택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오래 일할수록 그런 마음을 잊지 않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준다고 꺼드럭거리지 않고 ㅋㅋㅋㅋㅋㅋ...!!

처음 일감을 받았을 때처럼 늘 감사한 마음으로, 그리고 맡은 일은 끝까지 잘 해내면서.

그렇게 오래오래 많이 일하는 게 제 목표예요.

 

앞으로 몇 년을 더 디자이너로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또 예전에 같이 일했던 분에게서

"혹시 이번에도 같이 작업 가능하세요?" 라는 연락이 온다면

그때도 기분 좋게 “네! 가능합니다.” 라고 답할 수 있는 디자이너였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