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저는 사실 모범생같은 학생은 아니었어요.
20살이 됐고, 처음으로 부모님 품을 떠나 대학생활을 시작했으니 놀 게 너무 많았거든요!
평일에는 수업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고, 주말에도 약속 잡고, 쉬는 날이면 또 밖에 나가고.
공부도 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1학년 초반에는 대학생활 자체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 대학생활을 확 바꿔놓은 일이 하나 생겼어요.
전액장학금을 받고 싶어졌거든요.
그때는 장학금이 저한테 정말 중요했어요
제가 대학을 다니던 2010년 무렵에는 등록금 부담을 줄이려면 저한테는 성적장학금이 제일 현실적인 방법이었어요.
그리고 전액장학금을 받으려면 사실상 과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아야 했어요.
저한테는 그게 꽤 강력한 목표가 됐어요.
대학교 등록금이 적은 돈도 아니잖아요.
부모님 부담을 줄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진짜 1등을 한번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승부욕도 있었어요.
원래 제가 한 번 목표가 생기면 될 때까지 해보는 성격이 조금 있거든요.
그때부터 대학생활이 약간 게임처럼 느껴졌어요.
한 학기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기는 거예요.
이번 학기도 학점 잘 받기.
공모전 하나 이상 도전하기.
과제 대충 하지 않기.
그리고 최종 목표는 과 수석.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 대학생활 난이도를 꽤 높여놨네요. ㅋㅋㅋ
첫 공모전 낙선이 생각보다 많이 자극됐어요
마침 그 시기에 학교에서 처음으로 정식 디자인 공모전에 도전했어요.
저는 솔직히 결과물이 잘 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제 눈에는 꽤 괜찮았거든요.
그런데 결과는 낙선이었어요.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말이 딱 맞는 결과였죠.
근데 저는 그게 이상하게 너무 열받더라고요? ㅋㅋㅋ
슬프다기보다 ‘왜 떨어졌지?’ 하는 마음이 훨씬 컸어요.
제가 보기에는 잘했는데 결과는 아니라고 하니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포기하는 대신 반대로 더 파고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작품은 어떻게 만들었는지 찾아보고, 요즘 어떤 디자인이 많이 보이는지 보고, 제가 만든 작업이 왜 부족했을지도 다시 생각했어요.
공모전 낙선과 장학금이라는 두 가지 일이 거의 동시에 저를 제대로 자극했던 것 같아요.
과제도 그냥 제출만 하면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전에는 과제가 나오면 주어진 조건을 맞춰서 완성하는 데 의미를 뒀어요.
그런데 목표가 생기고 나니까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요.
똑같이 과제를 하나 해도 ‘일단 제출하자’가 아니라 ‘이걸 내가 지금 만들 수 있는 수준에서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까?’ 를 생각하게 됐어요.
웹사이트나 디자인 작품만 본 게 아니라 길거리 포스터, 패키지, 잡지, 광고 같은 것도 유심히 보기 시작했어요.
수업에서 알려주는 것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수업 밖의 디자인을 보기 시작한 거예요.
신기한 건 이렇게 하기 시작하니까 과제가 예전보다 힘들다기보다는 오히려 더 재미있어졌어요.
레퍼런스를 찾아보다가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것보다는 더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들고 ㅋㅋㅋㅋ
예전에 과제는 그냥 숙제였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포트폴리오로 넣을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학점과 공모전을 같이 챙기려니 시간을 허투루 쓸 수가 없었어요
물론 쉽지는 않았어요. 학점만 챙기는 것도 아니고 공모전도 같이 준비했으니까요.
수업 과제를 하고(디자인과는 과제 양이 정말 많답니다...), 시험 공부도 하고, 남는 시간에는 공모전 작업을 해야 했어요.
놀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요.
저도 20대 초반 대학생인데 얼마나 놀고 싶었겠어요. ㅋㅋㅋ
그래서 오히려 시간을 예전보다 더 효율적으로 쓰게 됐어요.
놀 때는 놀고, 작업할 때는 집중해서 하고.
해야 할 게 많으니까 시간 하나를 어떻게 쓰는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대학교 때 처음으로 스스로 일정 관리를 제대로 해본 것 같아요.
이때 만들어진 습관이 나중에 회사에 가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거나, 프리랜서로 일정을 관리할 때도 꽤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 당시에는 장학금 받으려고 죽어라 했던 건데 결과적으로 좋은 업무 습관까지 가지게 되었지요.
첫 낙선 이후에는 공모전 결과도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가장 재미있는 건 결과가 따라오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도전했던 공모전에서는 떨어졌지만, 그 이후로 계속 도전하면서 하나씩 입상하기 시작했어요.
처음 상을 받았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단순히 상 하나를 받았다는 것보다 ‘내가 방향을 잘 잡고 있구나.’ 하는 확신이 생겼거든요.
한 번 결과가 나오니까 자신감도 붙었어요.
그 다음 공모전도 해보고 싶고, 이번에는 조금 더 잘 만들어보고 싶고.
좋은 결과가 다시 다음 노력의 연료가 되더라고요.
공부도 비슷했어요. 성적이 잘 나오니까 다음 학기에는 그걸 유지하고 싶었어요.
목표가 점점 ‘이번 한 번만 잘해보자’에서 ‘다음에도 해보자!’로 바뀌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과탑을 계속 유지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과 수석이라는 게 엄청 멀게 느껴졌어요.
우리 과에도 당연히 디자인 잘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한 학기, 두 학기 계속 결과가 잘 나오면서 어느 순간부터 제가 과 수석을 계속 유지하게 됐어요.
교수님도 알고, 동기들도 알고, 학교에서 저를 보면 자연스럽게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던 것 같아요.
저도 신기했어요.
고등학교때 공부 자체에 흥미를 많이 잃었던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과목별 편차가 심했어요. 좋아하는 과목은 잘 나오고 안 좋아하는 과목은 바닥까지 내려가고...ㅋㅋ..
그런데 제가 딱 좋아하는 분야만 만나니까 완전히 달라졌어요.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는 게 아니라 더 잘하고 싶어서 스스로 찾아보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목표했던 장학금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처음에는 등록금 때문에 시작한 목표였는데, 나중에는 장학금보다 제가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재미있었어요.
노력하는 것보다 즐기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을 그때 이해했어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어릴 때는 그냥 멋있는 말 정도로 생각했어요.
근데 대학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알 것 같더라고요.
처음에는 장학금을 받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가 공모전 결과가 좋아지고, 디자인 실력도 늘고, 제가 만든 작업을 교수님이나 친구들이 좋게 봐주기 시작하니까 그냥 그 과정 자체가 재미있어졌어요.
그때부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디자인 자료를 찾아보고 있었어요.
과제가 없어도 괜찮은 작업을 보면 저장해두고, 어떤 부분이 좋은지 혼자 분석해보기도 했고요.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보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걸 계속 하고 있다는 느낌에 가까웠어요.
돌이켜보면 그게 제가 대학생활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장학금보다 더 크게 남은 게 있었어요
대학교 생활 내내 과 수석이었다는 건 지금도 꽤 자랑스럽게 생각해요.
이건 좀 자랑해도 되지 않나요? ㅋㅋㅋ
학점이 좋으니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조기취업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성적표에 찍힌 숫자보다 더 크게 남은 게 있어요.
바로 목표가 생기면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는 습관!
그리고 제가 진짜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 깊게 몰입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처음 시작은 정말 현실적이었어요.
등록금 아끼고 싶어서.
전액장학금 받고 싶어서.
그런데 그 목표 하나 때문에 공모전도 더 많이 나가게 됐고, 디자인 공부도 더 깊게 하게 됐고, 결국 취업까지 훨씬 빠르게 이어졌어요.
가끔 생각하면 장학금이 제 대학생활에 던져진 꽤 훌륭한 당근이었던 것 같아요 :D
그리고 저는 그 당근을 아주 열심히 따라갔습니다. 생각보다 꽤 멀리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