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로 취업을 준비할 때 저는 연봉이나 회사 규모만큼이나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들어가서 실제로 어떤 디자인을 하게 될 회사인지 확인하는 것.
같은 웹디자이너라는 이름으로 채용해도 회사마다 업무 범위와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요.
웹에이전시처럼 디자인 자체가 주업인 회사가 있고,
일반 기업 안에 디자인팀이 있는 경우도 있고,
스타트업이나 벤처처럼 한 명의 디자이너가 여러 역할을 맡는 회사도 있어요.
저도 여러 형태의 회사에서 일해보면서 같은 직무명인데도 회사생활이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구나 싶었던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다시 웹디자이너 취업을 준비한다면 채용공고만 보고 지원하지 않을 것 같아요.
회사에 지원하기 전에 제가 꼭 확인할 것들을 정리해볼게요.
글이 길어질 것 같아 목차를 남겨드립니다.
< 목차 - 각 소제목 별 내용>
1. 웹에이전시 회사
2. 일반 기업 디자인팀
3. UI/UX 디자인
4.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
5. 중견기업 이상
6. 세일즈팀(영업팀)이 강한 회사
7. 회사별 포트폴리오 확인
8. 회사 클라이언트 확인
9. 잡플래닛 활용 팁
10. 취준생 포트폴리오 제작 꿀팁
11. 종합 의견
1. 웹에이전시는 업무가 세분화되어 있는 편이었어요
제 경험상 웹에이전시처럼 디자인 자체가 회사의 주업인 곳은 생각보다 업무 분업이 잘 되어 있었어요.
웹 담당자는 웹을 전문적으로 하고,
인쇄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인쇄물을 전문적으로 하고,
영상이나 모션그래픽을 담당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특정 분야를 깊게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런 환경이 잘 맞을 수 있어요.
물론 항상 자기 업무만 하는 건 아니었어요.
큰 프로젝트가 들어오거나 갑작스러운 게릴라 이벤트가 생기면 분야를 넘어 여러 디자이너가 같이 달라붙어서 작업하는 일도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경험했던 디자인 회사들은 일반 기업에 비해 탄력적인 근무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어요.
출근 시간이 조금 자유롭다거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근무하는 식이었죠.
다만 여기에는 함정도 있었어요.
회사 규모가 작고 구성원 대부분이 비슷한 프로젝트 일정에 묶여 있다 보니 야근이나 철야에 둔감해지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어요.
다 같이 밤까지 일하고 있으니까 어느 순간 그게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는 거예요.
저도 예전에 영상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이런 생활을 경험했는데, 본인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몸이 먼저 이상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근무시간이 자유롭다는 것과 근무시간 자체가 긴 건 완전히 다른 문제예요.
취업할 때 꼭 구분해서 보는 걸 추천해요.
2. 일반 기업 디자인팀은 올라운더를 원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반대로 디자인이 주업이 아닌 일반 회사의 디자인팀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종류의 일을 담당하는 경우가 꽤 많았어요.
특히 제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경향을 더 강하게 느꼈어요.
웹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상세페이지도 만들고,
배너도 만들고,
SNS 콘텐츠도 만들고,
행사 포스터도 만들고,
영상까지 가능하면 해달라는 식이에요.
인정하기 싫지만...
한 명의 급여를 주고 최대한 다양한 일을 맡기고 싶어 하는 회사가 분명 있습니다. 쉽진 않지만 되도록이면 피하는 게 좋겠죠.
그래서 이런 회사에서는 특정 분야 하나만 잘하는 것보다 이것저것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올라운더 디자이너가 유리할 때가 있어요.
대신 여러 분야의 작업을 맡게 되면 내가 회사에서 얼마나 다양한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기 쉬워진다는 장점도 있어요.
저도 웹, 상세페이지, 인쇄, 영상까지 여러 작업이 가능했던 게 일반 회사에서는 꽤 큰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반대로 나는 웹 한 분야만 깊게 하고 싶은데 채용공고에 SNS, 영상, 인쇄까지 전부 적혀 있다면 입사 후 업무가 생각보다 넓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게 좋아요.
3. UI/UX 디자인은 이제 웹디자인과 따로 보는 게 좋아요
예전에는 웹디자인과 UI/UX 디자인의 경계가 지금보다 흐릿하게 느껴지던 시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실무에서는 UI/UX 디자이너와 일반적인 웹디자이너의 역할을 꽤 분리해서 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지금의 UI/UX 디자이너는 홈페이지 배너나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디자인팀보다는 서비스나 제품을 만드는 개발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요.
개발자, 기획자, PM 같은 직군과 같이 움직이면서
앱이나 웹서비스의 화면 구조,
사용 흐름,
인터페이스,
프로토타입,
디자인 시스템 등을 다루는 쪽에 조금 더 가까워요.
반면 일반 기업에서 말하는 웹디자이너는 온라인 쇼핑몰, 프로모션, 콘텐츠, 상세페이지처럼 마케팅과 판매에 가까운 비주얼 작업을 맡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취업공고에 ‘웹디자이너’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UI/UX 업무까지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반대로 UI/UX 디자이너가 목표라면 회사의 개발팀 구성이나 서비스 운영 여부까지 같이 확인하는 게 좋아요.
직무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실제 커리어 방향은 꽤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4. 스타트업이나 벤처는 구성원 연령대가 확실히 젊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스타트업이나 벤처는 다른 형태의 회사보다 구성원들의 연령대가 확실히 젊었어요.
20대 중후반에 입사했는데도 어느 순간 제가 나이가 많은 쪽에 속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에너지가 넘쳤어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빠르게 시도하고,
의사결정도 빠르고,
기존 회사에서는 쉽게 하지 못할 만한 방식으로 일을 해보기도 했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새로운 걸 시도할 기회가 많다는 게 재미있을 수 있어요.
반면 조직 자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보니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부딪히기도 했어요.
업무 체계가 갑자기 바뀌거나,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어제 정한 내용이 오늘 다시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요.
자유로운 분위기와 체계가 없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종이 한 장 차이예요.
내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인지, 정해진 프로세스 안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는지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5. 중견기업 이상에서는 업무와 복지가 비교적 안정적이었어요
제가 경험했던 중견기업 이상의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업무 체계와 복지가 균형 있게 마련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출퇴근 시간이 비교적 명확했고,
9시 출근 6시 퇴근이나 10시 출근 7시 퇴근처럼 정해진 업무시간이 지켜지는 편이었어요.
야근이 필요한 경우에도 수당이나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요.
업무 분장도 상대적으로 명확했어요.
누가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결재는 어떤 순서로 올라가는지,
다른 부서와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어느 정도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대신 규모가 커질수록 디자이너 한 명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들기도 했어요.
브랜드 가이드도 더 엄격하고, 확인을 받아야 할 담당자도 많고,
작은 수정 하나에도 여러 단계의 검토가 필요할 때가 있었거든요.
결국 이것도 어떤 환경이 나한테 잘 맞는지의 문제였어요.
6. 세일즈팀이 강한 회사라면 디자인팀의 위치도 확인해보세요
회사마다 영향력이 큰 부서가 달라요.
제가 경험했던 곳 중에는 영업팀의 힘이 굉장히 강한 회사도 있었어요.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고 매출을 만드는 조직이다 보니 회사에서 목소리가 큰 경우가 있었죠.
이런 회사에서는 디자인팀이 마케팅 역할까지 함께 맡는 경우도 있었어요.
세일즈팀과 가까이 일하면 실제 고객 반응이나 제품 판매 과정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저도 세일즈팀과 협업하면서 ‘팔리는 디자인'을 많이 배웠고요.
하지만 세일즈 조직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한 회사에서는 디자인팀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요.
영업은 매출이라는 숫자로 결과를 바로 보여줄 수 있는데,
디자인팀은 특정 디자인 하나가 정확히 얼마의 매출을 만들었는지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제가 경험했던 일부 회사에서는 진급이나 연봉협상처럼 실제 처우에서도 디자인팀이 상대적으로 아쉽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어요.
물론 모든 세일즈 중심 회사가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다만 면접이나 회사 후기를 볼 때 디자인팀이 회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7. 지원할 회사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꼭 찾아보세요.
특히 디자인 회사나 에이전시라면 포트폴리오만 봐도 회사의 주력 분야가 어느 정도 보여요.
웹사이트나 디지털 캠페인이 대부분이라면 웹 프로젝트가 강한 회사일 가능성이 높고,
브로슈어, 포스터, 패키지 작업이 많다면 인쇄나 편집 쪽 비중이 클 수 있어요.
영상이나 모션그래픽 작업이 유독 많이 보인다면 해당 분야 프로젝트도 자주 들어오는 회사일 수 있고요.
채용공고에는 그냥 ‘웹디자이너’라고 적혀 있어도 실제 결과물을 보면,
'아, 여기 들어가면 이런 일을 많이 하겠구나.' 그런 대략적인 그림이 보여요.
저는 회사 소개 글보다 실제로 만들어온 결과물이 그 회사의 성격을 훨씬 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지원하기 전에 회사 포트폴리오부터 꼭 보세요.
제가 웹디자이너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에요.
8. 어떤 클라이언트와 일했는지도 확인해보세요
에이전시나 디자인 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주요 클라이언트를 공개해놓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도 좋은 정보예요.
전자제품이나 IT 브랜드가 많다면 그 계열의 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회사일 수 있고,
식품이나 생활용품 기업이 많다면 제품 상세페이지나 소비재 광고를 많이 할 수도 있어요.
병원이나 금융, 공공기관처럼 특정 업종의 클라이언트가 반복적으로 보인다면 그쪽 프로젝트에 강점이 있는 회사일 가능성도 있고요.
클라이언트 몇 개만 보고 업무를 100% 판단할 수는 없지만
회사에서 어떤 계열의 일을 많이 해왔는지 추측하는 데는 꽤 도움이 돼요.
그리고 그 일이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과 맞는지도 같이 봐야 해요.
아무리 유명한 회사라도 내가 하고 싶은 디자인과 회사의 주력 업무가 완전히 다르면 커리어 방향이 생각했던 것과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9. 잡플래닛 같은 회사 후기도 참고할 만해요
포트폴리오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실제 회사생활이요 ㅋㅋㅋㅋ
그래서 저는 취업 전 잡플래닛처럼 근무 경험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도 참고하는 걸 추천해요.
물론 후기 하나만 읽고 회사를 판단하면 안 돼요.
좋은 회사에서도 안 맞았던 사람이 있을 수 있고,
힘든 회사에서도 만족하면서 다닌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대신 여러 사람이 반복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지는 한번 볼 만해요.
야근이 잦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지,
업무 분장이 불명확하다는 말이 많은지,
복지나 연봉협상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경영진이나 조직문화 이야기가 반복되는지.
한두 개의 극단적인 후기보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내용을 보는 편이 훨씬 도움이 돼요.
디자인 포트폴리오는 너무 멋있는데 회사 후기를 보니 내가 감당하기 힘들 것 같은 근무환경일 수도 있거든요.
멋진 작업을 하는 회사와 내가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는 꼭 같은 회사가 아니에요.
10. 취준생이라면 회사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보세요
여기까지 조사했다면 이제 그 정보를 지원할 때 반대로 이용할 수도 있어요.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모든 회사에 제출하기 보다는 회사 정보를 이용해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거예요.
실제로 저는 모든 회사에 똑같은 제안서나 포트폴리오를 보내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IT 브랜드와 웹 프로젝트가 많은 회사에 지원한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작업 중에서 전자제품이나 상세페이지, 디지털 콘텐츠 작업을 앞쪽에 배치했어요.
반대로 브랜딩과 인쇄물을 많이 만드는 회사라면
로고, 포스터, 편집 작업처럼 회사가 관심 있어 할 만한 작업을 먼저 보여주었어요.
여기서 주의할 점! 새로운 작업을 일부러 만들어내라는 뜻은 아니에요.
이미 가지고 있는 내 작업 가운데 어떤 걸 먼저 보여줄지 정하는 거예요.
포트폴리오도 결국 보는 사람이 있잖아요.
상세페이지에서 타깃 고객이 궁금해할 정보를 먼저 보여주듯,
취업 포트폴리오에서도 지원하는 회사가 가장 궁금해할 내 경험을 먼저 보여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에요.
저는 이것도 일종의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11. 회사 이름보다 내가 실제로 하게 될 일을 보세요
웹디자이너 취업을 준비할 때 유명한 회사인지,
연봉이 얼마인지,
회사 규모가 얼마나 큰지도 물론 중요해요.
하지만 저는 내가 실제로 어떤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게 될지도 꼭 같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채용공고에서 담당 업무를 확인하고,
회사 포트폴리오를 보고,
주요 클라이언트를 확인하고,
근무 후기까지 참고해보고,
면접에서는 디자인팀 인원과 업무 분장도 직접 물어보세요.
그리고 내가 한 분야를 깊게 하고 싶은 사람인지,
여러 종류의 디자인을 하는 게 재미있는 사람인지,
빠르게 변하는 환경이 맞는지,
체계적인 조직을 선호하는지도 생각해보면 좋아요.
저도 여러 회사를 경험해보니 좋은 회사의 기준을 단순히 몇 가지로 결정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에게는 자유로운 스타트업이 최고의 환경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업무가 명확하게 나뉜 조직이 훨씬 잘 맞을 수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그 회사가 좋은 회사냐보다, 그 회사가 나에게 좋은 회사냐?인 것 같아요.
적어도 입사하고 나서 웹디자이너 뽑는다더니 내가 왜 이것까지 하고 있지..?
하는 상황은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니까요 :)
취준으로 막막한 예비 디자이너님이 부디 이 글에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가져갈 수 있었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