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디자이너라고 하면 흔히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틀린 말은 아닌데, 제가 실제로 10년 넘게 일하면서 해본 업무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범위가 정말 넓어요.
저도 처음 웹디자이너로 취업했을 때는 포토샵으로 웹페이지나 배너를 만드는 일이 대부분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회사에 들어가니 상세페이지부터 이벤트 페이지, 쇼핑몰 배너, SNS 콘텐츠까지 정말 다양한 작업을 하게 됐고,
경력이 쌓이면서 인쇄물이나 영상까지 자연스럽게 업무 범위가 넓어졌어요.
회사마다 웹디자이너에게 맡기는 업무가 전부 달라요.
그래서 오늘은 사전적인 직무 설명보다는 제가 여러 회사와 프리랜서를 경험하면서 실제로 했던 업무를 기준으로 정리해볼게요.
1. 제품 상세페이지 디자인
제가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많이 해온 업무는 제품 상세페이지 디자인이에요.
특히 전자제품 관련 일을 오래 했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제품 자료부터 받아봤어요.
제품 이미지, 상세 스펙, 주요 기능, 경쟁 제품과의 차이,
판매 포인트 등을 확인하고 페이지의 전체 구성을 잡았어요.
단순히 주어진 글과 사진을 예쁘게 배치하는 작업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기능을 가장 먼저 보여줄지, 누구에게 판매할 제품인지,
어떤 내용을 크게 강조하고 어떤 내용은 뒤로 보낼지까지 같이 고민해야 해요.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면 제품 담당자나 세일즈팀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상세페이지 작업은 디자인보다 제품 공부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포토샵 파일을 열기 전에 이미 일이 시작된 셈이죠.
2. 쇼핑몰 배너와 프로모션 배너
상세페이지와 함께 정말 많이 했던 업무가 배너 디자인이에요.
온라인 쇼핑몰 메인 배너, 신제품 출시 배너, 할인 행사, 기획전, 쿠폰 이벤트, 사은품 증정 안내 등 종류도 굉장히 많아요.
상세페이지가 비교적 긴 공간에서 제품을 설명하는 작업이라면 배너는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전달해야 해요.
보통은 이 배너 크기가 엄청 작거든요.
화면은 작은데 넣어달라는 내용은 왜 이렇게 많은지....
제품도 크게 보여줘야 하고, 할인율도 보여줘야 하고,
행사 기간도 들어가야 하고, 사은품까지 있다면 그것도 보여줘야 해요.
그래서 배너 작업에서는 무엇을 가장 먼저 보이게 할지 결정하는 게 중요했어요.
개인적으로 메인 카피 한 줄과 제품 이미지 배치만 잘 잡혀도 디자인 절반은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답니다.
3. 이벤트 페이지와 기획전 페이지
회사에서 시즌마다 이벤트를 진행하다 보니 이벤트 페이지도 정말 자주 만들었어요.
신학기, 여름휴가, 블랙프라이데이, 연말연시, 신제품 출시처럼
시즌이나 목적에 따라 내용은 계속 달라졌어요.
상세페이지가 제품 하나를 깊게 설명한다면 기획전은 여러 제품과 혜택을 한꺼번에 정리해야 하는 작업이에요.
어떤 제품을 메인으로 보여줄지, 혜택을 어떤 순서로 보여줄지,
쿠폰이나 사은품 조건을 어디에 배치할지, 참여 방법이 복잡하지는 않은지까지 같이 봐야 했어요.
특히 이벤트 페이지는 디자인보다 무서운 게 오타예요.
행사 기간이나 가격, 할인율, 사은품 조건을 하나라도 잘못 쓰면 실제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가 나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런 페이지를 만들 때 기획서와 최종 결과물을 다시 대조하면서 숫자를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편이었어요.
디자이너인데 숫자 검수를 제법 진지하게 하게 됩니다. ㅋㅋㅋㅋㅋ
4. 랜딩페이지와 캠페인 페이지
광고를 클릭했을 때 연결되는 랜딩페이지나 브랜드 캠페인 페이지도 많이 작업했어요.
랜딩페이지는 목적이 굉장히 명확해요.
제품을 구매하게 만들거나,
이벤트에 참여하게 하거나,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거나,
브랜드의 새로운 내용을 알리는 식이에요.
그래서 디자인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건
‘이 페이지를 본 사람이 마지막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하지?' 였어요.
구매가 목적이라면 구매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순서대로 보여줘야 하고,
이벤트 참여가 목적이라면 참여 방법과 혜택이 빠르게 이해되어야 해요.
랜딩페이지는 그냥 보기 좋은 웹페이지를 만드는 것보다, 사용자가 마지막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만드는 작업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5. SNS 콘텐츠 디자인
SNS가 활성화되면서 웹디자이너에게 들어오는 업무도 더 많아졌어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각종 온라인 광고 채널에 올릴 이미지가 필요해지니까요.
제품 소개, 이벤트 안내, 카드뉴스, 프로모션 이미지, 시즌 콘텐츠, 광고 소재까지 다양하게 만들었어요.
상세페이지와 가장 다른 점은 사람들이 아주 빠르게 본다는 거예요.
흔히 3초의 법칙이라고 하죠?
초반에 후킹 요소가 없으면 사람들은 흥미를 잃고 더 봐주지 않더라고요...
스크롤 한 번이면 바로 지나가버리니까 긴 내용을 넣어놓고 읽어주길 기대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SNS 작업을 할 때는 ‘이번 콘텐츠에서 딱 하나만 기억하게 한다면 뭘 보여줄까?' 부터 딱! 정하는 편이었어요.
같은 제품이라도 상세페이지에 들어가는 정보와 SNS에 들어가는 정보는 전혀 다르게 편집해야 했어요.
6. 제품 사진 보정과 합성
디자이너에게 항상 완벽한 원본이 오는 건 아니에요.
현실은 꽤 다릅니다... 원본이나 샘플이랄 게 거의 없는 일도 다반사예요.
자료를 받더라도 배경이 마음에 안 들거나, 제품 색상이 실제와 다르거나,
필요한 각도의 이미지가 없거나, 여러 사진을 합쳐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래서 펜툴(누끼) 작업, 제품 색상 보정, 배경 합성, 그림자 제작, 이미지 리터칭 같은 작업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실무에서는 좋지 않은 원본을 최대한 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살려내는 일이 많기도 하고 중요하거든요.
요즘은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어서 작업 방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어색한 이미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실제 디자인 안에 자연스럽게 넣는 건 여전히 디자이너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7.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디자인
회사에 따라서는 쇼핑몰 운영에 필요한 소소한 디자인 작업도 웹디자이너가 맡아요.
상품 썸네일, 카테고리 이미지, 팝업, 공지 배너, 이벤트 버튼, 쿠폰 이미지,
배송이나 교환 안내 이미지처럼 작은 작업들이 정말 많아요.
하나만 놓고 보면 금방 끝날 것 같은데 이런 일이 하루에 여러 개씩 들어오면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어가요.
특히 쇼핑몰 운영팀이나 세일즈팀에서 '이거 간단한 건데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라는 말과 함께 요청이 오는데,
디자이너가 회사에서 가장 무서워해야 하는 말 중 하나가 ‘간단한 건데’일지도 모릅니다...^_^.....
그래도 이런 작은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도 디자이너에게는 중요한 능력이에요.
8. 인쇄물 디자인
저는 웹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지만 인쇄 디자인도 상당히 많이 했어요.
포스터, 브로슈어, 리플렛, 행사 안내물, 제품 홍보물, 각종 출력물까지.
특히 일반 기업의 디자인팀에서는 웹과 인쇄를 아주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디자인이 필요하면 결국 디자인팀으로 들어옵니다.
웹 작업과 인쇄 작업은 방식이 조금 달라요.
RGB와 CMYK부터 다르고, 이미지 해상도, 재단선, 출력 크기, 실제 인쇄됐을 때의 색상까지 생각해야 해요.
웹에서 아무리 예뻐 보여도 출력했을 때 글씨가 너무 작거나 이미지가 깨지면 소용없으니까요.
처음에는 별개의 영역처럼 느껴졌는데 둘 다 경험해두니 나중에는 오히려 작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져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처음으로 인쇄물 디자인을 하다 보면 한번쯤 꼭 인쇄 실수를 겪게 될텐데,
누구나 다 그런 과정을 거치니 주눅들지 말고 여러번 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계속 하다 보면 별 거 아니랍니다!
9. 로고와 간단한 브랜딩 작업
회사나 프로젝트 상황에 따라 로고 작업이나 간단한 브랜드 디자인을 맡기도 했어요.
신규 브랜드가 만들어지거나, 새로운 제품군을 별도 브랜드처럼 운영해야 하거나,
혹은 프로모션용 로고가 필요한 경우였어요.
로고 자체뿐만 아니라 컬러, 폰트,그래픽 요소, 간단한 사용 가이드 등을 같이 정리하기도 했어요.
특히 로고 작업은 상세페이지와 또 다른 재미가 있었어요.
상세페이지는 제품 하나를 설득하는 일이라면,
브랜드 디자인은 앞으로 계속 사용될 얼굴을 만드는 느낌이었거든요.
대신 한번 결정하면 여러 곳에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수정도 신중하게 해야 했어요.
10. 영상 콘텐츠 제작
저는 대학 때 영상 디자인을 배웠던 경험이 있어서 회사에서 영상 작업까지 같이 맡는 경우가 있었어요.
처음 웹디자이너 일을 시작했던 2010년대 초반에는 그래픽디자이너가 영상까지 하는 경우가 지금만큼 흔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능력이 오히려 꽤 큰 장점이 됐어요.
제품 소개 영상, 행사 영상, SNS 광고, 유튜브 콘텐츠, 이후에는 릴스나 쇼츠 같은 짧은 영상까지 제작했어요.
특히 기존에 상세페이지나 SNS용으로 만들어놓은 그래픽 소스를 활용하면 영상으로 확장하기도 편했어요.
제품 이미지, 카피, 아이콘, 배경 디자인을 그대로 활용해서 움직임을 더하는 식이죠.
최근 콘텐츠 채널이 많아지면서 디자이너 한 명이 만든 작업물이 웹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SNS와 영상까지 계속 확장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어도비 프리미어나 애플 파이널컷 프로가 아니라도 모바일 어플도 워낙 좋은 프로그램들이 많이 있어서 예전보다는 진입장벽이 많이 낮아졌어요.
나만의 경쟁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개인 계정으로 릴스나 쇼츠라도 만들어 운영해보는 걸 추천드려요.
요즘은 이걸 발판삼아 다른 곳으로 점핑하는 경우도 많아서 도움이 됩니다.
11. 촬영 현장에 직접 나가기도 했어요
디자인만 하다 보면 모든 이미지와 영상 소스가 알아서 제공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어요.
필요한 콘텐츠가 없으면 직접 만들러 나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제품 사진을 찍거나, 행사 현장에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거나, 프로모션에 사용할 콘텐츠를 직접 확보하기도 했어요.
특히 SNS나 유튜브처럼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필요한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기존에 제공받은 공식 이미지만으로는 한계가 생겨요.
그래서 촬영까지 할 줄 알면 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확실히 넓어졌어요.
물론...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일이 많아지는 기적도 함께 찾아옵니다.
내 업무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일을 할 때에는 꼭! 나의 작업물을 수치화해서 기록해두고 연봉협상 때 야무지게 사용하도록 하세요!
12. 웹디자이너는 결국 회사에서 필요한 ‘온라인 시각물’을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제가 처음 웹디자이너로 취업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업무 범위가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상세페이지와 배너 같은 웹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중심이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SNS, 브랜딩, 인쇄, 영상, 촬영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물론 이 모든 걸 웹디자이너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회사 규모와 업종, 디자인팀의 구성에 따라 업무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실제로 저도 회사마다 디자인 비중이 조금씩은 다 달랐어요.)
다만 제가 실제로 일하면서 느낀 건 웹디자이너라는 직무가 생각보다 굉장히 넓다는 거예요.
그리고 여러 분야를 경험하다 보면 내가 상세페이지를 좋아하는지,
브랜딩이 재미있는지, 영상을 더 잘하는지처럼 내가 앞으로 깊게 가져가고 싶은 분야도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해요.
취업을 준비하면서 ‘웹디자이너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지?’ 막막했던 예비 디자이너님이라면,
채용공고에 적힌 프로그램 이름만 보기보다 실제로 어떤 결과물을 만드는 직무인지부터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생각보다 웹디자이너의 하루에는 정말 많은 종류의 디자인이 들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