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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인 줄 알았던 신입 디자이너 시절 이야기!

by 디자이너 소엘 2026. 10. 17.

오늘은 제가 신입 디자이너였을 때 가지고 있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그때의 저는 디자인은 일단 예뻐야 한다고 생각했답니다.
색감 예쁘고, 세련된 레이아웃에 이미지도 멋있고, 폰트까지 잘 어울리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죠?
문제는 저는 거기에서 끝났다는 겁니다.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다 보면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과 실제로 회사에서 필요한 디자인이 다를 때가 굉장히 많아요.

특히 신입 때는 그 차이를 잘 몰라서 타부서나 클라이언트와 의견이 부딪히는 일도 참 많았어요...ㅋㅋㅋ..

 

처음에는 이런 요청을 받을 때 이해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부분을 조금 더 크게 해주세요.
이 제품을 더 눈에 띄게 해주세요.
할인율이 너무 안 보여요.
여기 문구를 더 세게 보여주면 좋겠어요.

 

제 눈에는 이미 충분히 보이는데...

더 크게 하면 안 예쁜데...
저걸 키우면 제가 잡아놓은 균형이 무너지는데...
속으로 이런 생각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때는 디자이너인 제가 보기 좋은 방향이 곧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1. 처음에는 예쁜 시안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했어요.

신입 때는 제가 처음 잡아놓은 시안에 애착이 정말 컸습니다.
열심히 레퍼런스 찾아서 색 맞추고, 이미지 배치하고, 여백도 잡고, 폰트 크기도 하나씩 조정해서 완성했는데
갑자기 “이 문구 조금 더 크게 해주세요.” 이런 요청이 오면 속으로 굉장히 싫었어요...ㅋㅋㅋㅋ (너무나 솔직)


왜냐하면 제가 이미 나름대로 이유를 가지고 크기를 정해놨던 거니까요.
여기서 글씨가 더 커지면 답답해지고,
제품이 커지면 여백이 줄고,
할인율을 강조하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상업적으로 보이고...

 

그때의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디자이너인데 좀 맡겨주지...'

 

지금 생각하면 참 신입다운 자신감이었네요.
물론 지금도 디자인적으로 말이 안 되는 요청이라면 의견을 드립니다만

예전에는 요청의 이유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이렇게 하면 안 예쁜데.’가 가장 먼저 나왔던 것 같아요.


특히 온라인 프로모션이나 배너 디자인은 더 그랬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적당한 크기로 들어간 할인율이
영업팀 입장에서는 “50% 할인하는데 50%가 잘 안 보이네요” 얼마든지 이렇게 될 수 있거든요.


저는 디자인 전체의 균형을 보고 있었고,
그분들은 가장 중요한 게 잘 보이는지를 먼저 보고 있었던 거죠.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보고 있는 게 달랐던 것 뿐입니다.


그런데 신입 때는 그 차이를 잘 몰랐어요.
그래서 수정 요청이 들어오면 제 예쁜 시안이 망가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 예쁜 시안 안녕... 이런 느낌이었죠.

 

 


2. 실제 판매 결과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가 생각을 바꾸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실제 판매 결과를 조금씩 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어요.
디자인 작업을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 프로모션에서 어떤 제품이 많이 팔렸는지,
어떤 혜택에 반응이 있었는지,
어떤 배너나 이벤트가 실제로 성과가 있었는지
이런 이야기를 영업팀이나 마케팅팀을 통해 듣게 됐거든요.


그때부터는 제가 보기에는 정말 예쁘게 만든 디자인보다
조금 투박하더라도 혜택이 확실하게 보이는 디자인에서 반응이 좋은 경우를 보게 되었어요.
반대로 제가 정말 마음에 들어했던 시안인데 실제로는 고객 반응이 생각보다 별로인 경우도 있었고요.


그때 처음으로 예쁜 거랑 잘 팔리는 건 진짜 다른 문제라는 걸 제대로 느꼈어요.
예를 들어 제가 제품 이미지를 예쁘게 보여주고 싶어서 여백을 넉넉하게 쓰고, 카피를 작고 세련되게 넣었다고 해볼게요?


디자인만 보면 깔끔합니다.
그런데 고객 입장에서는 그래서 이게 얼마인데? 뭐가 좋은데? 지금 사면 뭐가 이득인데? 가 바로 안 보일 수도 있는 거예요.

 

프로모션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해요.
저는 분위기와 완성도를 보고 있었는데 고객은 훨씬 현실적인 이유로 페이지를 보고 있었어요.
가격, 할인, 혜택, 제품 기능, 지금 사야 하는 이유!
그 이후부터는 수정 요청을 받을 때도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하기 시작했어요.


왜 이렇게 바꾸고 싶은지 꼭 물어보고 (개인적으로 정말 다채로운 이유를 들을 수 있었음)
이게 단순한 취향의 문제인지, 아니면 실제 판매나 마케팅 전략과 연결된 요청인지 먼저 확인했습니다.


이유를 알고 나면 제가 처음 생각했던 디자인을 무조건 지키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많았어요.
오히려 디자인적으로는 조금 덜 예뻐 보여도 목적에는 훨씬 잘 맞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3. 지금은 예쁜 디자인보다 목적에 맞는 디자인을 먼저 봐요.

저는 여전히 예쁜 디자인을 좋아하고,
예쁜 이미지 좋아하고! 레이아웃까지 예쁘게 떨어지면 기분 좋습니다 ㅎ_ㅎ
그건 디자이너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지금은 그보다 먼저 '이 디자인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뭔가'를 생각해요.
상세페이지라면? 제품을 이해시키는 것.
프로모션 페이지라면? 혜택을 빠르게 전달하는 것.
배너라면? 짧은 순간 안에 클릭할 이유를 보여주는 것.
SNS 콘텐츠라면? 스크롤을 멈추게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목적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보기 좋게 만드는 거죠.


예전에는 예쁜 디자인 → 거기에 정보를 넣기였다면
지금은 전달해야 할 정보와 목적 → 그걸 가장 보기 좋게 디자인하기에 가까워졌습니다.

 

아무리 예뻐도 고객이 제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그 디자인은 역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영업팀이나 마케팅팀에서 '이번에는 이 제품을 제일 밀고 싶어요!' 하고 미리 말해준다면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그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작업합니다.


왜 이 제품을 밀어야 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점을 먼저 보여줘야 하는지,
실제로 어떤 부분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주는지.
그걸 알고 디자인하면 저도 방향을 잡기가 훨씬 쉬워요.

 

예전처럼 왜 자꾸 내 디자인을 바꾸지? 하고 편협하게 생각하지도 않게 됐고요.
물론 가끔은 여전히 아... 이건 진짜 안 예쁜데... 싶은 요청도 있어서 그럴 때는 지금도 의견 냅니다. ㅋㅋㅋㅋㅋ
디자이너니까요!! 그 정도 프로페셔널함은 가지고 가야죵!


아무튼 신입 때의 저는 예쁜 디자인을 만들면 제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을 오래 하면서 디자인은 결국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만드는 것이며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걸 계속 체득하게 되었고,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과 고객이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을 잘 섞을 수 있게 됐어요.
(실제로 회사가 필요로 하는 디자이너도 균형을 잘 잡는 디자이너더라고요.)

 

지금도 예쁜 디자인 보면 눈이 돌아가긴(?) 하는데,

다만 이제는 거기서 한 걸음 더 생각하게 된 성숙한 디자이너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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