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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디자이너 교육 방법 (회사 적응, 실무기준, 폰트)

by 디자이너 소엘 2026. 9. 5.

디자이너 여러분.

신입 디자이너가 처음 들어왔을 때 대단한 결과물을 바로 기대하시나요?

저는 아니었어요.

 

제가 신입을 가르쳐보기도 했고 여러 회사에서 신입 디자이너가 들어오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는데,

사실 회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신입에게 처음부터 엄청난 걸 바라지는 않았어요.

 

기본만 잘하면 돼요.

제가 생각하는 기본은 첫째, 메모하는 습관.

둘째, 시킨 일을 약속한 시간 안에 해내는 것.

쉽죠?

 

근데 첫 사회생활에서는 이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신입 디자이너는 첫 회사생활을 경험하는 사람이 많이 분포되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포토샵이나 디자인만 알려주는 것보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체적인 시스템을 같이 알려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누구에게 보고해야 하는지, 파일은 어디에 저장하는지, 수정 요청은 어떤 식으로 들어오는지, 일정이 늦어질 것 같으면 언제 이야기해야 하는지, 회사에서는 어떤 이미지와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지.

이런 걸 먼저 알아야 해요.

 

제 경험상 회사생활에 빨리 적응한 신입들이 디자인 퀄리티도 더 빨리 안정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업무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데 회사 시스템까지 모르고 있으면 머릿속에 신경 쓸 게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저는 신입이 들어오면 바로 큰 디자인을 맡기기보다 회사에 적응할 시간을 먼저 주고, 실제 업무에서 꼭 필요한 기준부터 하나씩 가르치는 편이었어요.

 

 

 

1. 회사적응부터 도와주기

신입 디자이너가 들어왔다고 바로 '자, 이 디자인 바로 만들어보세요.' 하고 던지지는 않았어요.

(대부분의 회사는 신입 디자이너를 바로 실무에 투입하지 않아요!)

보통 회사마다 교육 기간이 있고, 기존 담당자가 있다면 인수인계해야 할 내용도 함께 전달해야 하잖아요.

 

저는 이 시기에 회사가 기존에 만들었던 작업물을 많이 보여주는 편이었어요.

상세페이지, 이벤트 배너, SNS 콘텐츠, 프로모션 이미지 같은 기존 디자인들을 쭉 보여주면서

'우리 회사에서는 보통 이런 식으로 디자인해요.'라는 감을 먼저 익히게 하는 거예요.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색이나 폰트도 다르고, 자주 쓰는 레이아웃이나 이미지 분위기도 다르니까요.

 

그리고 다들 사회초년생 겪어오셨으면 공감하시겠지만, 사실 신입 입장에서 입사 초반에 할 일 없이 멀뚱멀뚱 모니터만 보고 있는 것 엄청 힘듭니다.

주변 사람들은 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나만 할 게 없는 것 같고, 괜히 질문하려니 방해하는 것 같고, 그렇다고 하루 종일 모니터만 뚫어져라 보고 있기도 굉장히 멋쩍어요.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기존 작업물이라도 계속 볼 수 있게 해줬어요.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이런 디자인은 어떤 용도로 만들었는지, 비슷한 작업이 들어오면 어느 폴더에서 기존 자료를 찾을 수 있는지도 같이 알려줬고요.

 

그리고 이때 저는 메모하는 습관을 중요하게 봤어요.

처음 입사하면 들을 게 정말 많아요.

폴더 위치, 프로젝트 이름, 담당자, 업무 프로세스, 프로그램 사용법, 디자인 규칙...

이걸 한 번 듣고 전부 기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누군가는 할수도 있겠지만 일단 저는 못해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꼭 적어두라고 했어요.

 

모르는 걸 물어보는 건 전혀 문제가 없어요!

근데 어제 알려준 걸 오늘 똑같이 물어보고, 오늘 알려준 걸 내일 다시 물어보는데 메모는 아무것도 안 되어 있으면 사수 입장에서는 조금 힘들어집니다.

메모 하나만 잘해도 적응 속도가 정말 빨라져요.

 

어느 정도 회사 디자인과 업무 흐름을 파악한 것 같으면 그때부터 아주 간단한 작업을 하나씩 나눠줬어요.

제가 생각하는 간단한 작업의 기준은 1~2시간 안에 끝낼 수 있고 수정이 많이 발생하지 않는 작업이에요.

예를 들면 SNS 카드뉴스나 이벤트 배너 같은 것들이요.

 

그리고 처음부터 백지 상태에서 자유롭게 알아서 만들어보세요~ 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신입은 아직 회사 디자인 스타일도 모르고 실무 경험도 많지 않으니까요.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레이아웃을 하나 제시해주거나 기존 작업물 중 비슷한 사례를 보여주면서 최소한의 출발점을 만들어줬어요.

그 레이아웃을 그대로 활용해도 되고, 거기서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켜도 되고요.

 

그리고 또 하나.

시간도 꼭 봤어요.

1~2시간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작업을 줬는데 계속 붙잡고 있다면 중간에 한 번 확인해요.

어디에서 막혔는지, 제가 설명을 부족하게 한 건지, 디자인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건지.

 

신입이라 작업속도가 느린 건 괜찮아요.

다만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 말 없이 계속 혼자 붙잡고 있는 습관은 고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회사 디자인은 뒤에 다른 일정이 같이 움직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저는 신입에게 처음부터 고퀄리티 디자인을 요구하는 것보다 메모하고, 질문하고, 시간 안에 일을 끝내는 이런 기본부터 익히게 하는 게 훨씬 중요했어요.

 

 

 

2. 사고 막아주는 실무기준

제가 신입에게 첫 업무를 주면서 굉장히 중요하게 가르쳤던 것 중 하나가 파일 정리였어요.

이건 정말 처음부터 습관을 만들어놓는 게 좋습니다.

 

처음에는 파일 하나니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요.

내 컴퓨터에 있고 내가 작업한 거니까 내가 알아보면 되는 것 같잖아요?

근데 프로젝트가 쌓이기 시작하면 얘기가 달라져요.

 

초안이 있고, 1차 수정이 있고, 2차 수정이 있고, 최종 파일이 있고.

그러다가 몇 달 뒤 갑자기 클라이언트가

"두 번째 수정 버전으로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시작됩니다.

"이 프로젝트 초안 파일 어디 있어요?"

"2차 수정 파일 어디 있죠?"

 

..... 없음.

작업자 휴가 감.

아무도 모름.

진심 대환장 파티가 시작돼요.

심한 경우 그 파일 하나 때문에 모든 것들이 올스탑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 폴더 안에서 날짜, 몇 번째 수정인지, 누가 작업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파일을 정리하는 방법을 처음부터 알려줬어요.

같은 파일을 계속 덮어쓰지 않고 필요한 버전은 남겨두고, 다른 사람이 봐도 어떤 파일인지 알 수 있게 저장하는 거예요.

특히 여러 명이 같이 일하는 회사에서는 이게 정말 중요해요.

 

내가 만든 파일이라고 해서 앞으로도 무조건 내가 수정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제가 휴가를 갔을 수도 있고,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바쁠 수도 있고, 나중에는 퇴사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급하게 파일을 열어야 하는데

 

- final.psd

- final2.psd

- final_final.psd

- 최종.psd

- 진짜최종.psd

- 진짜진짜최종.psd

 

파일 이름이 죄다 이렇게 되어 있으면 어떻게 알아요?

 

파일 내부도 마찬가지예요.

공유해서 사용하는 파일이라면 최소한 큰 레이어 그룹 정도는 다른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정리하도록 알려줬어요.

파일 정리는 깔끔한 성격을 만들기 위한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내 작업을 이어받을 수 있게 하는 실무의 일부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파일 정리와 함께 꼭 이야기했던 게 저작권이에요.

회사에서는 보통 비용을 지불하거나 구독해서 사용하는 이미지 사이트와 폰트가 있어요.

그런 소스들은 회사에서 정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사용하면 되지만, 문제는 그 외의 자료를 가져올 때예요.

 

검색하다가 예쁜 이미지 나왔다고 그냥 저장해서 쓰면 안 됩니다.

인터넷에 있다고 우리 회사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외부 이미지를 가져올 때는 상업적으로 무료 사용이 가능한지, 어떤 용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라이선스를 꼭 확인하라고 안내했어요.

 

폰트도 마찬가지예요.

무료 폰트라고 써 있어도 사용범위가 모두 똑같은 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상업적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게 했어요.

 

저작권과 함께 초상권도 굉장히 중요하게 이야기했어요.

특히 광고나 상세페이지, SNS 콘텐츠처럼 외부에 공개되는 상업적인 디자인에서는 사람 얼굴이 들어간 이미지를 함부로 가져다가 사용할 수 없으니까요.

 

예쁜 사진이라고 아무 데서나 사람 얼굴을 가져다가 넣으면 안 됩니다.

분위기는 좋은데 회사가 곤란해질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신입 사원이 구매한 것 외의 새로운 이미지를 사용했을 때

"이거 어디에서 가져왔어요?"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 거 확인했어요?" 라고 물어보는 편이었어요.

 

처음에는 이런 확인 과정이 귀찮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한번 습관이 생기면 나중에는 새로운 소스를 사용할 때 자연스럽게 라이선스부터 확인하게 돼요.

디자인 파일을 제대로 정리하고, 사용한 이미지와 폰트의 저작권을 확인하고, 사람 사진을 사용할 때 권리 문제를 생각하는 것.

이런 건 디자인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기술은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려면 정말 중요한 실무기준이에요.

자칫 잘못 사용하다간 고소에 휘말릴 수도 있는 정도의 사안이라 늘 확인에 확인을 더해야 해요.

디자인이 조금 덜 예쁜 건 수정하면 됩니다.

근데 사고가 나면.... 그때부터 일이 커집니다. ㅠㅠ

 

 

 

3. 폰트부터 잡는 디자인

이제 실제 디자인 이야기를 해볼게요.

제가 신입 디자이너 작업을 봐줄 때 가장 많이 이야기했던 부분은 단연 폰트였어요.

 

신입 작업에서 실수가 제일 많이 나오는 구간이기도 했고요.

작게는 세리프와 산세리프를 어떤 분위기에서 사용하는지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심하면 한 페이지 안에 폰트가 다섯 개, 여섯 개씩 들어가 있기도 했어요.

 

그런 작업을 처음 보면 어디서부터 짚어줘야 할지 좀 오랫동안 고민하게 돼요.

그래서 저는 신입에게 폰트 기본을 굉장히 많이 강조했어요.

 

한 화면에서 여러 종류의 폰트를 사용한다고 디자인이 풍성해지는 건 아니에요.

기준 없이 이것저것 사용하면 제목, 본문, 강조 문구가 전부 따로 노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어요.

처음에는 제목, 본문, 강조 정도로 역할을 나누고 가능한 적은 종류 안에서 크기와 굵기를 조절하는 것부터 익히게 했어요.

 

그리고 제가 정말 많이 보는 게 자간이에요.

자간은 정말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전체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굉장히 많이 줘요.

같은 폰트를 사용해도 자간이 너무 넓거나 좁으면 갑자기 촌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화면이 정돈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자간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아마 제가 가르쳤던 신입 중에는 집에 가서도 자간 소리가 들린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중요해요..ㅋㅋㅋㅋ..

 

줄간격도 같이 중요하게 봤어요.

다만 줄간격 수치만 적당히 설정한다고 무조건 가독성이 좋아지는 건 아니에요.

하나의 문장을 두 줄로 나눠야 한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끊어 읽을 수 있는 부분에서 줄을 바꿔줘야 해요.

 

예를 들어

'이 제품은 빠른 충전으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 단위가 자연스럽게 나뉘는 것과

 

'이 제품은 빠른 충전으로 오랜
시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럼 애매한 곳에서 끊기는 건 읽는 느낌이 다르잖아요.

결국 철저하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 해요.

 

내가 읽었을 때 편한지.

어떤 문장이 먼저 보이는지.

제목과 설명이 잘 구분되는지.

한 화면에 폰트가 너무 많아서 정신없지는 않은지.

저는 이런 작은 기본부터 하나씩 보게 했어요.

 

레이아웃도 비슷했어요.

처음부터 신입에게 완전히 새로운 구성을 알아서 만들어보라고 당연히 어렵게 느껴져요.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회사에서 기존에 사용한 작업이나 보편적인 레이아웃을 먼저 보여줬어요.

이미지는 이 정도 크기로 사용할 수 있고, 제목은 이런 위치에 둘 수 있고, 정보가 여러 개라면 이런 방식으로 묶을 수 있다는 최소한의 가이드를 주는 거예요.

그걸 활용해서 시작해도 되고, 본인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켜도 되고요.

 

저는 신입에게 처음부터 엄청난 센스를 바라지 않았어요.

폰트 기본을 지키고, 레이아웃이 크게 무너지지 않고, 지난번에 알려준 부분을 다음 작업에서 한 번 더 생각하는 것.

그 정도만 보여도 충분했어요.

기본이 잡히기 시작하면 디자인은 그다음부터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저의 경험을 쭉 돌이켜보면 신입 디자이너를 교육할 때 처음부터 디자인을 엄청 잘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었어요.

회사에 적응하고, 들은 내용을 메모하고, 맡은 일을 약속한 시간 안에 해내는 것부터 시작했고,

그리고 파일을 다른 사람도 찾을 수 있게 정리하고, 사용하는 이미지와 폰트의 저작권을 확인하고, 초상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는 실무기준도 같이 익혀야 했고요.

 

그 기본이 잡힌 다음에야 폰트나 레이아웃 같은 디자인적인 부분도 훨씬 편하게 가르칠 수 있었어요.

신입 때부터 엄청난 작업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첫 회사생활이면 모르는 게 많은 게 당연하니까요.

 

대신 한번 알려준 건 메모해두고, 시간 약속 잘 지키고, 파일 잘 정리하고, 모르는 소스 함부로 쓰지 않는 것.

이 정도 기본만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당신은 이미 좋은 사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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