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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팀과 협업하면서 '팔리는 디자인'을 배운 과정

by 디자이너 소엘 2026. 8. 13.

디자이너로 처음 회사생활을 할 때는 다른 부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제 할 일 하기도 바빴거든요...!

저는 디자인팀이니까 제품 자료를 받아서 분석하고, 기획서 받아서 상세페이지를 만들고, 배너나 이벤트 페이지까지 디자인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다니던 회사에는 실제로 제품을 판매하는 세일즈팀이 따로 있었어요.

그리고 일을 하다 보니 이분들과 생각보다 정말 자주 엮이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판매하는 팀이니까 이런 내용을 넣어달라고 하나 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같이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가 디자인 밖의 영역까지 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디자이너와 세일즈팀은 같은 제품을 보고도 다른 걸 봤어요

새로운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만든다고 하면 저는 아무래도 디자인부터 생각했어요.

어떤 이미지가 메인에 들어가면 좋을지, 색감은 어떻게 잡을지, 전체적인 레이아웃은 어떤 방식이 예쁠지.

디자이너니까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그런데 세일즈팀은 완전히 다른 걸 보고 있었어요.

"고객들이 이 기능을 제일 많이 물어봐요."

“이 제품은 이 부분 때문에 이전 모델이랑 비교하는 사람이 많아요.”

“가격이 조금 높은 대신 이 기능이 있다는 걸 꼭 보여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제가 혼자 제품 설명서만 보고는 알 수 없는 내용들이었어요.

 

실제 고객을 상대하면서 계속 질문을 받고, 판매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일선에서 듣는 사람들이니까요.

같은 제품을 놓고 있는데도 저는 어떻게 보여줄까를 먼저 생각했고, 세일즈팀은 고객이 살까? 안 살까?를 먼저 보고 있었어요.

그 차이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갈수록 저도 그 부분을 고려하며 디자인하게 되었어요.

 

 

 

고객이 계속 묻는다는 건, 잘 안 보인다는 뜻이기도 했어요

세일즈팀과 이야기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게 있어요.

어떤 내용을 고객들이 계속 물어본다고 하면 처음에는 그냥

그 기능이 궁금한가 보다 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상세페이지에 이미 나와 있는데도 계속 물어본다면, 내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걸 수도 있겠구나.

정보가 없는 것과 정보가 있는데 눈에 안 들어오는 건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비슷할 수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제품의 중요한 기능이 상세페이지 아래쪽에 조그맣게 들어가 있으면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여기 적어놨는데...'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고객이 거기까지 내려가서 찾아야 한다면 사실상 중요한 정보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거죠.

저부터도 상세페이지에서 한번에 안 보이면 뒤로가기 버튼 누를때가 많으니까요.

상세페이지에서 피로도가 높아지면 이탈률도 높아진다는 걸 그때 배우기도 했어요.

 

그때부터 저는 제품 정보를 넣었다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고

‘이걸 사람들이 잘 볼 수 있을까?'를 같이 생각하게 됐어요.

제가 상세페이지를 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과 고객이 궁금한 건 다를 수 있었어요

제품을 오래 보다 보면 만드는 사람이나 판매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떤 기능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매일 보는 내용이니까요.

그런데 처음 제품을 보는 고객에게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어요.

반대로 회사에서는 엄청나게 강조하고 싶은 기능인데 막상 고객 반응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요.

 

이 간극을 줄이는 일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숙제였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이 기능이 정말 대단합니다!' 하고 싶은데,

고객은 '그래서 이거 제 노트북이랑 연결돼요?' 를 궁금해하는 식이에요. ㅋㅋㅋ

 

그러면 상세페이지에서는 회사가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궁금해하는 내용도 쉽게 찾을 수 있게 만들어야 했어요.

그런 부분은 혼자 디자인만 했다면 훨씬 늦게 알았을 것 같아요.

 

 

 

예쁜 페이지를 만드는 것과 구매를 도와주는 건 조금 달랐어요

물론 저는 여전히 디자인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정보가 정확해도 너무 복잡하고 보기 싫으면 더 읽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니까요.

 

대학교 때 교수님께서 이런 취지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장동건이 모든 사람의 이상형일 수는 없어도, 누가 봐도 잘생긴 사람이라는 건 알 수 있잖아. 디자인도 그래야 한다.'

엄청 감명깊은 가르침이라 지금까지도 계속 기억하고 있어요.

 

다만 세일즈팀과 계속 협업하면서 하나가 더 붙었어요.

예쁜가? + 사람들이 필요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를 같이 보기 시작했어요.

 

가령 모든 기능을 똑같은 크기로 보여주는 것보다 구매 결정에 영향을 많이 주는 내용은 앞쪽에 두고 크게 보여주는 편이 나았어요.

반대로 꼭 들어가야 하지만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까지는 아닌 정보는 뒤에서 차분하게 설명해도 됐고요.

이걸 경험하면서 정보에도 일종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걸 배웠어요.

디자인에서 흔히 말하는 시각적인 강약도 결국 사람들에게 무엇부터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더라고요.

 

 

 

세일즈팀의 요청이 항상 그대로 정답인 건 아니었어요

그렇다고 세일즈팀이 원하는 걸 전부 그대로 넣었다는 뜻은 아니에요 ㅎㅎ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니까 전부 크게 보여주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이 문구도 조금 더 크게요, 이 기능도 잘 보이게요, 이것도 강조됐으면 좋겠어요 등등.

요청 사항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페이지 안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해요.

그럼 진짜 아무도 주인공이 아니게 됩니다.

 

이럴 때는 디자이너가 다시 정리해야 했어요.

어떤 내용을 가장 먼저 보여주고, 어떤 내용을 그다음에 보여주고, 무엇은 설명 영역으로 내려도 되는지.

세일즈팀이 가진 고객 정보는 활용하되 그걸 그대로 화면에 쏟아붓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보기 좋게, 설득력 있게 순서를 만들어주는 것이 제 역할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저는 이 과정에서 '설득의 디자인'을 제대로 배웠던 것 같아요.

 

 

 

판매 결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세일즈팀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니 제가 만든 페이지가 실제 판매 현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도 비교적 자세히 볼 수 있었어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강조했던 부분이 실제로 반응이 좋은지, 사람들이 다른 부분을 더 궁금해하는지도 들을 수 있었고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게 굉장히 좋은 피드백이었어요.

보통 디자인을 완성하고 전달하면 ‘예쁘다’, ‘괜찮다’ 정도의 반응만 듣고 끝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에 있으니 디자인 뒤에 실제 결과가 있다는 걸 계속 느낄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세일즈 팀은 매출이라는 실제 결과를 가까이에서 보고 있엇기 때문에,

저도 그 반응을 함께 참고하면서 보완할 부분을 찾아낼 수 있었어요.

 

제가 만든 건 개인 작품전이 아니라 결국 제품을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페이지였으니까요.

그걸 알게 되면서 저도 조금씩 상업 디자인을 보는 눈이 생겼던 것 같아요.

 

 

 

지금도 다른 직군의 이야기를 꽤 중요하게 들어요

이 경험 이후로 저는 디자인을 할 때 다른 직군에서 들어오는 이야기를 꽤 중요하게 듣는 편이에요.

마케터는 사람들이 어떤 문구에 반응하는지 알고 있을 수 있고(후킹 요소),

세일즈 담당자는 고객이 어떤 이유로 구매를 망설이는지 알고 있을 수 있고(제품 약점 및 리스크 줄이기),

제품 담당자는 디자이너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기능의 장점을 알고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픽 디자이너가 모든 걸 혼자 알 수는 없더라고요.

대신 그렇게 들어온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는 디자이너의 몫이고요.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협업이라는 걸 제대로 몰랐었는데,

실제로 일해보니 다른 사람이 잘 아는 분야를 통해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까지 보는 과정에 더 가까웠어요.

세일즈팀과 같이 일하지 않았다면 저는 꽤 오랫동안 상세페이지를 ‘제품을 멋있고 예쁘게 보여주는 디자인' 정도로만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분들 덕분에 한 가지를 더 보게 됐어요.

이 상세페이지 앞에는 결국 물건을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 진짜 사람이 있다는 것.

지금도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면 모니터 안의 디자인만 보지 않으려고 해요.

그걸 보고 있는 사람이 무엇부터 궁금해할지를 한 번 더 생각해봅니다.

아마 제가 처음 회사에서 세일즈팀 옆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주워들은(?) 경험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모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