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신입 웹디자이너로 취업했을 때는 상세페이지라는 걸 제대로 만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학교에서는 디자인부터 광고, 영상, 마케팅까지 이것저것 배우긴 했는데요.
회사에서 실제 제품 하나를 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페이지를 만들어보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상세페이지는 그냥 예쁘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생각하면 너무 신입다운 생각이라 좀 웃겨요. ㅋㅋㅋㅋㅋㅋ

처음에는 그냥 제 눈에 예쁘게 만들었어요
2012년 11월, 제가 처음 웹디자이너로 취업한 곳은 PC와 노트북 같은 전자제품을 주로 다루는 회사였어요.
입사하고 처음 1~2개월 정도는 기존에 회사에서 만들었던 작업물을 보면서 업무를 익히고, 이것저것 테스트 작업도 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조금씩 실제 업무를 맡게 됐는데 상세페이지는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작업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제품 정보가 빠진 건 없는지, 이미지 배치는 괜찮은지, 색감은 이상하지 않은지 하나하나 계속 확인했죠.
근데 그때의 저는 회사가 기존에 어떤 방향으로 디자인을 해왔는지, 이 제품을 실제로 사는 사람은 누구인지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냥 제가 보기에 예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
첫 디자인은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만든 것이다 보니 기존 회사 작업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났는데요.
다행히 팀장님은 그 부분을 꽤 신선하게 봐주셨어요.
첫 작업부터 혼나는 것보다는 칭찬을 먼저 들으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그 대신 피드백은 굉장히 명확하게 주셨어요.
어떤 부분을 살리고, 어떤 부분을 회사 방향에 맞춰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시니까 제가 감을 잡는 속도도 훨씬 빨랐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신입 디자이너에게는 이런 피드백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막상 해보니까 상세페이지는 그냥 그림이 아니더라고요
실무에 들어가고 나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상세페이지는 제품을 예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끝나는 작업이 아니더라고요.
디자인이 아무리 예뻐도 페이지를 본 사람이
'그래서 이 제품이 나한테 왜 필요한데?', '내가 왜 이걸 사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좋은 상세페이지라고 하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디자인을 하기 전에 내가 맡은 제품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 뭔지, 경쟁 제품과 다른 점은 뭔지, 사람들이 어떤 기능을 가장 궁금해할지 하나씩 찾아봤죠.
상세페이지 안에 들어가는 글도 직접 작성해야 했어요.
캐치프레이즈도 고민하고, 헤드카피와 바디카피도 쓰고, 어떤 내용을 먼저 보여줘야 사람들이 페이지를 계속 볼지도 생각해야 했어요.
대학교 때 광고와 마케팅을 배워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했어요.
학교에서는 그냥 시험 보고 과제하려고 배웠던 내용인데 회사에 들어오니까 진짜 물건을 판매하는 데 그대로 쓰이고 있더라고요.
그게 되게 신기했던 기억이 나요.

세일즈팀과 같이 일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졌어요
제가 다니던 회사에는 디자인팀뿐만 아니라 실제 판매를 담당하는 세일즈팀이 따로 있었어요.
이분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상세페이지를 보는 시선이 정말 많이 달라졌어요.
디자이너인 저는 아무래도 색감이나 레이아웃, 폰트, 이미지 같은 시각적인 부분을 먼저 보게 되잖아요?
그런데 세일즈팀은 보는 포인트가 조금 달랐어요.
고객들이 어떤 기능을 많이 물어보는지, 어떤 부분에서 구매를 망설이는지, 어떤 장점을 강조했을 때 반응이 좋은지를 훨씬 가까이에서 알고 있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상세페이지에 반영하다 보니까 조금씩 알겠더라고요.
예쁜 디자인과 잘 팔리는 디자인이 꼭 같은 건 아니구나.
사실 어떤 물건이고 제품이 좋으면 잘 팔려요.
가격이 저렴해도 잘 팔려요.
그런데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좋은 물건 혹은 저렴한 물건만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제품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아웃풋을 만들어 내야지만 하는 일들이 꼭 있었어요.
이런 경우에 예쁘긴 정말 예쁜데 정작 제품 정보가 한눈에 안 들어오는 페이지보다,
조금 덜 화려해도 필요한 내용이 바로 보이고 장점이 명확하게 느껴지는 상세페이지가 더 좋을 때가 있더라고요.
이걸 신입 때는 전혀 몰랐어요.
그저 예쁘면 장땡인 줄 알았거든요. ㅋㅋㅋ
상세페이지와 이벤트 페이지도 전혀 달랐어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같은 웹디자인 안에서도 목적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꽤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상품 상세페이지는 한 번 만들어놓으면 비교적 오랫동안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정확한 제품 정보를 보기 편하게 정리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제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했어요.
반대로 짧은 기간 동안 진행하는 이벤트 랜딩페이지나 배너는 조금 달랐어요.
이쪽은 정말 짧은 순간에 사람 눈을 잡아야 하니까 이미지나 폰트, 문구를 좀 더 강하게 써야 반응이 좋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다 똑같은 웹디자인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씩 해보니까 전혀 아니었어요.
‘예쁘게 만든다’라는 말 하나로는 설명이 안 되는 세계였죠.
지금 신입 때로 돌아간다면 포토샵부터 켜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다시 신입 디자이너로 돌아가서 상세페이지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면 아마 포토샵부터 켜지는 않을 것 같아요.
먼저 제품부터 자세히 살펴볼 것 같아요.
누가 사용하는 제품인지, 가장 큰 장점은 뭔지, 경쟁 제품과 무엇이 다른지, 이 페이지를 보는 사람이 어떤 내용을 가장 먼저 궁금해할지부터 정리할 것 같아요.
그게 정리되고 나면 그때 디자인을 시작하는 거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디자인부터 시작하면 예쁘기는 한데 정작 별 내용 없는 페이지가 만들어지기 쉽더라고요.
처음 상세페이지를 만들던 저는 이런 걸 하나도 몰랐죠.
그냥 매일 주어진 일을 하면서 하나씩 배웠을 뿐인데, 돌이켜보면 그 첫 회사에서 지금까지 제가 상세페이지를 만드는 방식의 기초를 거의 다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꽤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한 지금도 변하지 않은 생각이 하나 있어요.
좋은 상세페이지는 단순히 예쁜 페이지가 아니라, 제품의 매력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여주는 페이지라는 것.
저는 그걸 22살 신입 디자이너 때 처음 배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