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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가이드 없이 디자인 잘하는 방법 (기존자료, 공통요소, 방향확인)

by 디자이너 소엘 2026. 9. 24.

회사에서 디자인 작업하면 항상 멋진 브랜드 가이드가 딱 준비되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일하다 보면 브랜드 가이드가 아예 없는 곳도 있었고,

있다고 해서 열어봤더니 로고 규정 몇 장 정도만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특히 제가 여러 업체 작업을 하거나 프리랜서 일을 할 때는 이런 경우를 더 자주 만났던 것 같아요.

담당자한테 '혹시 브랜드 가이드 있으실까요?' 하고 물어봤는데

'따로 그런 건 없어요. 기존에 하던 느낌으로 해주세요.'

이런 답을 받으면 그때부터 제가 기존에 하던 느낌이 대체 무엇인지 찾아야 합니다....

 

심지어 이전 작업물을 쭉 봤는데 그것들도 다 제각각일 때가 있어요.

어떤 건 진한 파랑, 다음 건 하늘색.

폰트도 다르고, 로고 위치도 다르고, 사진 분위기도 다르고...

기존 느낌... 어디 계세요...?

그래서 저는 브랜드 가이드가 없는 작업을 받으면 바로 시작하기보다

기존에 무엇을 사용해왔는지 먼저 찾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요소를 골라보고,

제가 정한 방향이 맞는지 초반에 담당자한테 한번 확인받는 식으로 작업했어요.

 

 

 

1. 기존자료부터 최대한 많이 보기

브랜드 가이드가 없다고 해서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공식 홈페이지가 있을 수도 있고.

기존 상세페이지가 있을 수도 있고.

온라인 배너나 SNS 콘텐츠가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쇼핑몰에 올라간 제품 이미지가 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일단 이전 작업물을 쭉 봤어요.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려고 하는데 왜 옛날 디자인부터 보냐고요?

그 안에 그 회사가 지금까지 허용해온 범위가 어느 정도 보이거든요.

 

예를 들어 계속 비슷한 계열의 컬러를 사용했다면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제품 이미지를 항상 크게 보여줬다면 그 브랜드에서 제품 자체를 중요하게 보고 있을 수도 있어요.

반대로 페이지마다 디자인은 달라도 로고 위치나 폰트 느낌은 계속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이런 반복되는 부분을 찾아보는 편이었어요.

 

특히 여러 브랜드의 전자제품을 작업할 때는 같은 전자제품이라고 디자인을 전부 똑같이 할 수가 없었어요.

어떤 브랜드는 굉장히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 강하고,

어떤 브랜드는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을 조금 더 강하게 보여주는 느낌이 있었고,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제품도 있었어요.

 

그래서 '전자제품이니까 검정색 배경에 파란 빛 좀 넣으면 되겠지' 하고 시작하면 나중에 수정 폭탄 맞을 수도 있어요.

제품 카테고리와 브랜드 분위기가 같지 않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담당자가 준 자료만 보지 않고 실제 운영 중인 사이트도 같이 봤어요.

예전에 받은 파일은 오래된 디자인일 수도 있잖아요?

최근에는 어떤 이미지가 많이 쓰였는지, 메인 배너는 어떤 분위기인지.

또 제품을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지 이런 걸 같이 봤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기존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게 아니라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많이 해왔지?'를 파악하는 거였어요.

 

저도 신입 때는 레퍼런스라고 하면 예쁜 디자인부터 찾았거든요.

지금은 내 취향의 예쁜 레퍼런스를 보기 전에 그 브랜드가 원래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보는 편이에요.

아무리 예쁜 디자인이어도 갑자기 혼자 다른 회사에서 온 것처럼 보이면 곤란하니까요.

 

 

 

2. 공통요소를 몇 개만 먼저 정하기

기존 자료를 한참 보다 보면 또 문제가 생깁니다.

자료마다 뭔가 조금씩 달라요..ㅋㅋㅋ..

 

특히 브랜드 가이드가 없었던 회사라면 당연합니다.

전임 디자이너가 만들었던 것도 있고.

외주 업체가 만든 것도 있고.

담당자가 급하게 만든 것도 있을 수 있고.

몇 년치 디자인을 한 번에 모아보면 그래서 뭘 기준으로 한 거지? 싶을 때가 있었어요.

 

이럴 때 저는 기존 작업 중 하나를 완벽한 정답으로 정하지 않았어요.

그 대신 계속 반복되는 요소 몇 개만 먼저 잡았습니다.

예를 들면 주로 사용하는 컬러나 제목에서 자주 보이는 폰트 분위기.

제품 이미지를 보여주는 크기나 로고 위치나 크기.

전체적으로 여백을 많이 쓰는지, 정보를 꽉 채우는지 등이요.

 

아무 기준 없이 디자인을 시작하면 작업하면서 계속 선택해야 하거든요.

제목 폰트 뭐 쓰지?

포인트 컬러 뭐 하지?

버튼은 둥글게 할까 각지게 할까?

제품은 크게 넣나?

로고는 어디 두지?

이런 사소한 결정이 계속 생겨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걸 매 작업마다 처음부터 고민하면 은근히 시간이 많이 나갑니다.

 

저도 예전에는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걸 만드는 게 디자인을 열심히 하는 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것도 해보고~ 내일은 저것도 해보고.

지난번이랑 달라야 할 것 같고... 열심히 했는데 브랜드 정체성이 옅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오히려 기본적인 기준 몇 개를 잡아놓는 게 편했어요.

그 안에서 이벤트면 조금 화려하게 바꾸고,

신제품이면 제품을 더 크게 보여주고,

SNS라면 작은 화면에 맞게 다시 조정하는 식으로요.

전부 똑같이 만드는 건 아니지만 뿌리는 같은 느낌?

그 정도면 작업할 때도 훨씬 덜 헤맸어요.

 

특히 제가 혼자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가 다음 작업을 이어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때 '저는 그냥 느낌대로 했는데요.' 이러면 다음 사람이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정식 브랜드 가이드까지 만들 상황은 아니더라도,

자주 쓰는 컬러나 폰트, 기본적인 레이아웃 정도는 작업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준을 만들어두려고 했어요.

과거의 누군가가 안 만들어놓은 기준을 제가 만들고 있네요...왜죠? ㅠㅠㅠㅠㅠㅠㅋㅋㅋ

 

 

 

3. 방향확인은 초반에 받아두기

브랜드 가이드가 없는 작업에서 제가 제일 조심했던 건

고삐 풀린 사람처럼 혼자 너무 멀리 가는 거였어요.

 

기준이 없으니까 자유롭잖아요?

자유롭다는 건 재미있기도 한데, 반대로 담당자 머릿속에 있는 정답을 제가 전혀 모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무섭죠? ㅋㅋㅋㅋㅋ

 

예를 들어 기존 디자인을 봤는데 조금 오래돼 보여서

제가 보기에는 훨씬 깔끔하고 요즘 느낌으로 정리했다고 해볼게요.

저는 굉장히 만족하면서 보냈는데

담당자가 '저희가 원래 쓰던 느낌이랑 너무 다른데요?' 하면...

내 예쁜 시안 안녕... 잘 가...

 

그래서 브랜드 가이드가 없을수록 오히려 초반 방향 확인을 더 빨리 받는 편이 좋았어요.

상세페이지 전체를 다 만든 다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메인 비주얼이나 대표 영역 정도를 먼저 잡아서 보여주는 식으로요.

 

어렵게 생각할 건 없고, 그냥 내가 슥슥 스케치 해보고 전달하면서

'기존 자료를 봤을 때 이런 방향이 제일 맞을 것 같아서 이렇게 잡아봤는데 괜찮을까요?' 하고 여쭤보면 됩니다.

 

단순히 '디자인 초안 잡아봤는데 괜찮나요?' 이렇게 물어보지는 않았어요.

컬러가 기존 브랜드랑 맞는지.

제품을 보여주는 방식이 맞는지.

전체 분위기가 너무 가볍거나 무겁지는 않은지.

이런 식으로 확인했어요.

 

그리고 담당자가 '그.. 지금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가능할까요?' 이런 피드백을 준다면...?

(고급스럽게..! 우리 이미 여러 글에서 만났던 그 무서운 단어가 또 등장했네요 ㅋㅋㅋ)

 

이런 경우에는 또 레퍼런스를 보여주면서 범위를 좁혔어요.

'이런 식으로 어두운 톤 말씀하시는 걸까요?'

'아니면 색은 그대로 두고 여백이나 폰트를 정돈하는 느낌일까요?'하고 좀 자세히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요.

브랜드 가이드가 없는데 말까지 추상적이면

그때부터는 정말 서로 다른 디자인을 상상하고 있을 확률이 높거든요.

 

특히 프리랜서 작업에서는 이 과정이 더 중요했어요.

회사 안에서는 방향이 틀려도 다시 이야기하면서 수정할 수 있지만,

외주는 수정 횟수나 일정이 바로 돈이랑 연결되잖아요.

 

그래서 초반에 대표 시안 하나라도 방향을 확인받고 나면 훨씬 마음이 편했어요.

최소한 대략적인 틀과 기준이라도 생기니까요.

브랜드 가이드가 없어서 기준을 찾다가, 결국 컨펌받은 첫 시안이 임시 브랜드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셈이었습니다.

 

저는 예전에는 브랜드 가이드가 없으면 오 자유롭게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면

지금은 거의 기계처럼 '먼저 있는 자료부터 전부 보내주세요.' 하고 있네요.

 

아무래도.. 자유는 좋지만 수정 세 번 하는 자유까지 원하는 건 아니니까요...ㅋㅋ..

기준이 없다면 제가 찾아서 만들되,

혼자 정답이라고 믿고 끝까지 달리지만 않으면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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