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디자인 작업을 시작할 때 레퍼런스부터 찾아보는 분들 많으시죠?
저도 그래요. 오히려 아무것도 안 보고 백지에서 바로 시작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아무것도 안 찾아보고 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거든요...ㅋㅋ
아무튼 그래서 신입 때도 레퍼런스를 찾았고, 경력이 쌓인 뒤에도 계속 찾아봤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디자인 업무 중에서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랜딩페이지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레이아웃을 조금 독특하게 잡아도 되고, 메인 비주얼도 평소보다 과감하게 만들어볼 수 있고, 시즌에 따라 분위기를 확 바꿀 수도 있거든요.
당시 유행하는 멘트를 써서 유쾌한 말장난 문구도 뽑아낼 수 있고, 할인 이벤트라면 숫자를 엄청 크게 써도 되고, 연말 프로모션이면 아예 화려한 비주얼로 밀어붙일 수도 있고요.
디자이너로서 욕심내기 딱 좋은 작업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
그래서 이벤트 프로모션 페이지를 만들 때는 레퍼런스를 신경 써서 많이 찾아봤어요.
신입 때는 그냥 예쁜 이벤트 페이지 위주로 저장했던 것 같아요.
색감 예쁘다! 버튼 예쁘다! 레이아웃 독특하다! 일단 저장!!
그리고 막상 작업하려고 폴더 열면 참고할 게 없었죠.
그때는 막연히 레퍼런스를 많이 모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질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실무를 오래 하면서 레퍼런스를 보는 기준이 조금 달라졌어요.
이 이벤트에서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하는 게 무엇인지.
경쟁사는 혜택을 어떤 순서로 보여주고 있는지.
해외에서는 같은 프로모션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그리고 여러 레퍼런스 중 이번 작업에 실제로 가져올 방향은 무엇인지.
1. 경쟁사에서 정보 순서 찾기
프로모션이나 이벤트 랜딩페이지를 만들 때 저는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던 경쟁사 페이지부터 찾아보는 편이었어요.
귀여운 건 신입 때는 여기서도 디자인이 먼저 보였다는 점이에요 ㅋㅋㅋ
여기는 빨간색 배경 썼네? 할인율 숫자 이렇게 크게 썼구나. 쿠폰 박스 디자인 괜찮다. 이런 식이었어요.
그런데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점점 디자인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게 생겼어요.
왜 이 이벤트는 할인율을 첫 화면에 제일 크게 보여주지?
어디는 할인율을 크게 보여주고 어디는 할인된 금액을 크게 보여주네?
어? 여기는 할인보다 사은품을 먼저 보여주네?
이벤트 기간은 어디에 넣었지?
참여 방법은 스크롤 얼마나 내려가야 나오지? 이런 것들이요.
이벤트 랜딩페이지는 생각보다 넣어야 할 정보가 정말 많아요.
무슨 행사인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디자인해야 하고, 행사 기간도 들어가야 하고, 할인율도 있어야 하고, 쿠폰이 있으면 쿠폰도 보여줘야 하고, 사은품이 있으면 증정 조건도 설명해야 하고, 참여 방법과 유의사항까지 붙어요.
그래서 경쟁사 페이지를 볼 때는 무엇을 크게 만들었는지보다 무엇을 먼저 보여줬는지를 많이 봤어요.
예를 들어 신규회원 가입 이벤트라면 가입 혜택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고, 구매 프로모션이라면 할인율이나 사은품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어요.
기간이 짧은 한정 이벤트라면 마감일 자체가 강한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요.
같은 이벤트 페이지처럼 보여도 목적이 다르면 정보 순서가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저는 경쟁사 사례를 여러 개 보다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구조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첫 화면에서는 가장 큰 혜택 하나를 보여주고, 그다음에는 세부 혜택을 정리하고, 중간에서 참여 방법을 설명하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유의사항을 배치하는 식으로요.
그렇다고 그 구조를 그대로 가져다 쓰지는 않았어요.
제가 궁금했던 건 '이 업종에서는 소비자가 어떤 정보를 먼저 보는 게 익숙할까?'에 가까웠어요.
특히 제가 처음 맡아보는 프로모션이나 잘 모르는 업종의 이벤트 페이지를 만들 때 이 과정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일했던 곳의 대다수 담당자는 이벤트의 모든 내용이 다 중요하다고 말했기 때문에..ㅋㅋㅋ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으면 제작할 때 좀 번거로워질 수 있었어요.
내가 다른 작업도 걸려있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면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꼭 담당자를 귀찮게 해서(?) 답을 받아내도록 하세요!
주임님! 제일 잘 팔려야 하는 물건이 어떤 거예요?
대리님! 이번 이벤트에서는 이것 중에 뭐가 제일 강한 혜택이에요?
과장님 부장님!! 이 물건 제가 써보고 만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사용해볼 수 있는 샘플 재고가 많으면 직접 받아와서 써보고 만들기도 했어요. 소소한 즐거움이었답니다 ㅋㅋ)
2. 해외사이트에서 표현방법 찾기
국내 프로모션 페이지를 보다 보면 익숙한 구조가 반복될 때가 있어요.
워낙 비슷해서 소비자들도 그 포맷이 익숙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가끔은 조금 다른 화면을 만들고 싶을 때가 있잖아요?
특히 저는 프로모션 페이지 작업 자체를 좋아하다 보니까 메인 비주얼이나 레이아웃을 좀 더 독특하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길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해외 브랜드 사이트나 캠페인 페이지를 많이 찾아봤어요.
해외 프로모션 페이지를 보면 같은 세일 이벤트라도 표현하는 방식이 꽤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할인율 숫자 하나를 화면 전체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써버리기도 하고,
제품보다 시즌 이미지나 분위기를 먼저 보여주기도 하고,
혜택을 박스 여러 개로 나열하지 않고 스크롤을 내리면서 하나씩 보여주기도 해요.
저는 이런 걸 보면서 완성된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가려고 한 게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도 보여줄 수 있구나 하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재구성했어요.
예를 들어 여름 프로모션 페이지를 만든다고 하면 국내 페이지에서는 할인 정보나 쿠폰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참고하고, 해외에서는 여름 분위기를 메인 비주얼에 어떻게 녹이는지 찾아보는 식이에요.
A 사이트에서는 메인 비주얼 구도 하나 보고.
B 사이트에서는 혜택 영역을 정리하는 방식 보고.
C 사이트에서는 버튼 위치나 크기 보고.
D 사이트에서는 스크롤 흐름 보고.
이렇게 조금씩 영감을 얻은 부분을 가져오는 거예요.
저는 이 방식이 특정 레퍼런스 하나를 계속 보는 것보다 훨씬 편했어요.
하나만 오래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그 페이지와 비슷해질 때가 있거든요.
분명 참고만 하려고 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표절이 될 수도 있으니 그점은 항상 경계했어요.
반대로 여러 페이지에서 각자 다른 부분만 참고하면 다시 제 방식으로 조합하기가 훨씬 좋아요.
예전에는 핀터레스트도 많이 사용했어요.
다만 핀터레스트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이벤트 메인 비주얼 찾으러 들어갔다가 정신 차리면 전혀 상관없는 디자인 보고 있을 때가 있어요.
처음 목적은 분명 프로모션 페이지였는데 갑자기 패키지 디자인 보고 있고, 그다음엔 인테리어 사진 보고 있고...
시간이 녹아내려요ㅋㅋㅋㅋ
그래서 나중에는 들어가기 전에 찾을 걸 조금 구체적으로 정했어요.
메인 비주얼 아이디어가 필요한 건지.
혜택 레이아웃이 필요한 건지.
색감이 필요한 건지.
CTA 버튼 표현을 보고 싶은 건지.
목적 없이 많이 찾는 것보다 필요한 표현 하나를 찾고 빠져나오는 게 실무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더라고요.
3. 무드보드로 방향성만 남기기
프로모션 페이지 작업이 재밌는 이유 중 하나가 자유도가 높다는 거였어요!
그게 동시에 위험한 점이기도 했지만요.
레이아웃도 독특하게 해보고 싶고.
메인 비주얼도 강하게 만들고 싶고.
색도 평소보다 과감하게 써보고 싶고.
혜택 영역도 흔하지 않게 만들고 싶고.
초반에는 예쁜 레퍼런스를 많이 넣으면 결과도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A의 색감 좋음.
B의 레이아웃 좋음.
C의 폰트 좋음.
D의 메인 비주얼도 좋음.
다 넣으면 근사한 페이지가 나올 것 같지만, 서로 다른 방향의 좋은 요소를 전부 넣으면 그냥 서로 다른 말을 하는 페이지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레퍼런스를 어느 정도 모은 뒤에는 더 찾기보다 공통점을 정리하는 쪽으로 넘어갔어요.
예를 들어 연말 프리미엄 프로모션을 만든다고 해볼게요.
제가 저장한 레퍼런스를 보니까 어두운 배경이 많고, 금색 느낌의 포인트 컬러가 반복되고,
메인 카피는 짧고, 제품이나 인물 이미지는 크게 들어가고,
혜택 영역은 여러 개를 잘게 나누기보다 몇 개만 크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러면 이번 작업에서 가져갈 방향을 정해요.
전체 톤은 어둡게. 메인 비주얼은 크게.
카피는 짧게, 핵심 혜택만 앞쪽에서 강하게 보여주기.
저한테 무드보드는 예쁜 이미지들을 멋지게 배열해놓는 결과물이 아니라 이런 작업 기준을 정리하는 용도에 가까웠어요.
이걸 해두면 실제 디자인을 시작할 때도 편하지만 중간에 의견이 붙을 때 특히 도움이 됐어요.
프로모션 페이지 만들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의견이 들어왔거든요.
마케팅팀에서는 쿠폰을 더 크게 보여달라고 하고.
세일즈팀에서는 사은품을 강조해달라고 하고.
누군가는 행사기간도 크게 넣자고 하고.
또 누군가는 제품을 더 키우자고 하고.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기 때문에 제가 기준을 세워 초반에 잡은 무드보드나 레퍼런스를 보면서
'이번 페이지는 이런 분위기로 가기로 했고, 가장 중요한 혜택은 이거예요.' 하고 제시했어요.
클라이언트와 작업할 때도 비슷했어요.
말로 좀 고급스럽고 임팩트 있게 가겠습니다! 하면 서로 생각하는 그림이 너무 달라요.
제가 생각하는 고급스러움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고급스러움은 높은 확률로 다를 수 있어서요.
그럴 때 이미지 몇 장을 보여주면서 '이 정도의 여백과 이 정도의 메인 비주얼 크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라고 하면 훨씬 빨리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상대방이 싫다고 해도 괜찮아요. 아직 디자인 다 안 만들었으니까요.
(차라리 이 단계에서 방향 바꾸는 게 훨씬 싸게 먹힙니다.)
그래서 저는 무드보드를 예쁘게 만드느라 힘 빼기 보다는
이번 작업에서 뭘 쓰고 뭘 버릴지 정하는 용도로 훨씬 더 많이 쓰고 있어요.
저는 지금도 여전히 프로모션 페이지 작업이 참 재미있어요.
별별 디자인을 다 해볼 수 있으니까요 ㅋㅋㅋ
다만 예전처럼 예쁜 걸 전부 주워 담지는 않습니다.
많이 저장해놓고 결국 안 쓰는 파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됐거든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