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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폰트 고르는 방법 (가독성, 분위기, 라이선스)

by 디자이너 소엘 2026. 9. 23.

여러분은 디자인 시작할 때 폰트부터 정하시나요?

저는 신입 때 폰트를 굉장히 열심히 골랐어요.

정확히는...예쁜 폰트를 굉장히 열심히 골랐습니다! ㅋㅋㅋㅋㅋ

 

무료폰트 사이트 들어가서 이것저것 받아놓고,

영문 폰트도 예쁜 거 보이면 일단 설치하고.

작업할 때마다 '오늘은 뭔가 새로운 걸 써봐야겠다.' 하면서 폰트 목록을 끝도 없이 내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폰트는 많은데 정작 뭘 써야 할지는 더 모르겠더라고요.

이건 너무 딱딱하고, 저건 너무 귀엽고.

이건 예쁜데 본문에 쓰니까 안 읽히고, 저건 제목에 쓰니까 존재감이 없고.

폰트 고르다가 시간이 다 갑니다 ㅠㅠ

 

디자인을 오래 하면서 느낀 건 폰트도 많이 아는 것보다

디자인마다 적절한 폰트를 찾아서 이 폰트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거였어요.

 

특히 상세페이지나 배너처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은

제가 좋아하는 폰트를 쓰는 것보다 실제로 잘 읽히는지,

제품이나 브랜드 분위기와 맞는지,

그리고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 폰트인지까지 같이 봐야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폰트를 고를 때

가독성, 분위기, 라이선스 이 세 가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편이에요.

 

 

1. 가독성은 실제 크기로 확인하기

신입 때 저는 얇고 예쁜 폰트를 좋아했어요! 물론 지금도 좋아합니다 :)

한글도 그렇지만 영문 타이포를 얇게 쓰고 여백 넓게 잡으면 뭔가 되게 세련돼 보이잖아요.

그래서 제목도 얇게, 본문도 얇게, 작은 설명글도 얇게!

아주 그냥 다이어트에 성공한 폰트들만 데리고 일했습니다.

 

근데 상세페이지나 배너 작업을 하면서 문제가 생겼어요.

작업할 때는 너무 잘 보이는데 실제 사이트에 올라가면 안 보여요.

특히 모바일에서요.

 

제가 작업할 때는 큰 모니터에 확대해서 보니까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거든요?

근데 휴대폰에서 보면 작은 글씨는 얇은 획부터 날아가 버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전체적으로 비실비실한 텍스트같다고나 할까요?

색까지 연한 회색이면 더 심하고요.

예쁘긴 한데 읽으려면 집중해서 읽어야 되더라고요.

소비자가 제 디자인을 집중해서 읽어줄 이유는 없는데 말이죠...ㅠㅠ

 

그래서 나중에는 폰트 자체보다 실제로 적용했을 때 읽히는지를 더 많이 봤어요.

상세페이지면 모바일 크기로 줄여보고, 배너면 실제 게시될 크기로 보고.

SNS면 피드에서 보이는 정도까지 줄여봤어요. (이때 저는 쉭쉭 넘겼을때 잘 보이는지로 판단했어요.)

 

그렇게 해보면 포토샵 화면에서는 멀쩡했던 폰트가 갑자기 너무 얇게 느껴지기도 하고,

자간이 너무 좁거나 넓어 보이기도 했어요.

아! 그리고 행간이 답답해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었어요.

 

그리고 제목용 폰트와 본문용 폰트를 굳이 똑같은 기준으로 고르지도 않았어요.

헤드카피는 어느 정도 개성이 있어도 괜찮았지만,

본문은 무조건 가독성! 읽기 편한 게 최고였어요.

 

설명이 길어질수록 폰트 자체의 개성보다 글자 형태가 익숙하고 안정적인 게 편하더라고요.

눈이 쉽게 피로해지지도 않고 안정적으로 읽히고요.

 

그래서 저는 신입 디자이너 교육할 때도 폰트를 예쁘게 고르는 것보다

자간이 이상하게 벌어져 있지 않은지,

행간이 너무 붙어 있지 않은지,

크기 차이가 제대로 나는지부터 교정할 수 있도록 지도했어요.

해가 갈수록 폰트 하나를 잘 골랐다고 디자인이 끝나는 걸 더 느꼈거든요.

같은 폰트도 자간이랑 행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느낌을 확 바꿀 수 있어서

이런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줬어요.

 

아무튼 가독성은 폰트 이름만 보고 판단할 수가 없었어요.

진짜 보게 될 화면에 올려놓고 봐야 압니다.

 

 

 

2. 분위기는 제품과 브랜드에 맞추기

예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폰트를 디자인에 자꾸 쓰고 싶었어요.

새로 받은 폰트가 예쁘면 '이거 어디 한번 써먹어야 하는데...' 이 생각부터 들었거든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침 새 작업이 들어오면 괜히 한번 끼워봅니다.

근데 제품이랑 안 맞아요.

전자제품인데 너무 손글씨 같은 폰트를 쓰면 갑자기 감성이 넘쳐흐르고.

고급스럽게 보여야 하는 제품인데 너무 둥글둥글한 폰트를 쓰면 귀여워지고.

반대로 친근해야 하는 콘텐츠인데 너무 딱딱한 고딕체만 쓰면 분위기가 차가워지고요.

폰트 자체만 보면 예쁜데 디자인 안에서는 이상한 경우가 꽤 많았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이 폰트가 예쁜가보다 '이 제품이 이 폰트를 쓸 것 같은가?'를 먼저 보게 됐어요.

 

특히 전자제품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 브랜드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달랐는데요.

같은 전자제품이어도 어떤 브랜드는 굉장히 미니멀하고 정돈된 느낌을 쓰고,

어떤 브랜드는 조금 더 강하고 기술적인 느낌이 있고,

또 어떤 제품은 라이프스타일 쪽으로 훨씬 부드럽게 가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같은 폰트나 비슷한 폰트를 계속 넣으면 브랜드 개성이 다 비슷해져버려요.

그래서 브랜드 가이드가 있는 경우에는 당연히 그걸 먼저 확인했고,

가이드가 없더라도 기존 광고나 홈페이지, 상세페이지를 쭉 봤어요.

 

제목은 어떤 느낌인지, 영문을 많이 쓰는지.

글자 굵기는 어떤 편인지? 둥근 느낌인지 각진 느낌인지?

그걸 보고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골랐어요.

 

이벤트 디자인처럼 조금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작업에서는 폰트로 분위기를 바꿔보기도 했어요.

여름 프로모션이면 조금 가볍고 시원하게.

연말이면 평소보다 장식적인 느낌을 써보기도 하고.

말장난이나 재미있는 카피가 들어가면 폰트도 살짝 장난스럽게 가져갈 수도 있고요.

 

솔직히 이런 작업은 폰트 바꿔보면서 하면 되게 재밌어요.

폰트 하나 바꿨는데 갑자기 행사 성격이 달라 보이거든요.

다만 한 페이지 안에서 분위기 만들겠다고 폰트를 너무 많이 쓰지는 않았어요.

 

신입 때는 폰트를 좀 다양하게 여러 개 쓰면 디자인한 티가 나는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그냥 정신없습니다.

연차가 쌓인 지금은 폰트 종류를 많이 늘리는 것보다는

같은 폰트 안에서 굵기나 크기 차이를 이용하는 걸 더 편하게 느껴요.

 

폰트가 분위기를 만드는 건 맞지만,

분위기 만들겠다고 폰트가 주인공이 되면 또 곤란하더라고요.

 

 

 

3. 라이선스는 쓰기 전에 확인하기

이건 예쁘고 안 예쁘고를 떠나서 제일 먼저 봐야 합니다.

폰트 라이선스요.

 

신입 때는 무료폰트라고 써 있으면 그냥 받았던 적도 있었어요.

무료라고 표기되어 있으면 다 써도 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무료라고 해서 사용범위가 전부 같은 게 절대!!! 절대절대!! 아니였어요.

개인 작업은 가능한데 상업적 사용은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온라인 광고는 되는데 영상 사용에는 조건이 붙기도 하고.

폰트 자체를 수정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제공하는 건 제한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회사 작업이나 외주 작업에 쓸 폰트라면 저는 사용 전에 라이선스를 확인하는 루틴을 만들었어요.

가장 중요하게 봐야하는 내용은 '상업적 무료 폰트'인지를 봐야 합니다 여러분.

 

무료폰트라는 말만 믿고 끝내면 안 돼요.

무료라는 말 아래에 조건이 열 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심하면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장 받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업에서 이런 사례도 많이 봤고요.

 

라이선스 확인하는 방법이 많겠지만, 저는 가능하면 공식 배포처에서 사용범위를 확인했어요.

상업적 이용이 가능한지?

온라인 콘텐츠나 광고물에 써도 되는지?

로고처럼 특정 용도로 쓸 때 별도 제한이 있는지?

이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정식으로 구매한 폰트나 계약된 폰트가 있다면 그 안에서 사용하는 게 제일 마음 편할 거예요.

참고로 요즘은 개별 폰트 구매는 많이 사라진 추세고, 산돌폰트같은 걸 구독해서 사용하는 형태가 많아요.

 

디자이너 한 명이 자기 컴퓨터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폰트를 회사 작업물에 그냥 써버리면 나중에 다른 사람이 파일을 열었을 때 폰트도 없고, 사용 권한도 애매해질 수 있잖아요.

특히 작업파일을 다른 디자이너에게 넘겨야 하는 회사에서는 더 골치 아파져요.

 

'이 폰트 어디서 받으셨어요?'

'어... 몇 년 전에 받은 건데...?'

'상업적으로 써도 되는 거예요?'

'어......'

 

상상만 해도 완전 피곤하죠.

이런 경우는 결국 대부분 폰트 싹 갈아 엎어서 재작업 해야 하거든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도 알고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 디자이너가 들어오면 폰트 인수인계를 빡세게 시켜줬어요.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폰트가 뭔지부터 알아둬야 하고,

생각보다 자주 쓰는 폰트 몇 개만 제대로 알아둬도 실무에서 충분하거든요.

 

특히 반복 작업이 많은 회사라면 더 그래요.

기존 파일 열었는데 폰트가 전부 깨져 있고 대체폰트 찾느라 시간 쓰는 것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라이선스가 명확한 폰트로 작업해두는 게 훨씬 편했어요.

폰트 저작권 문제는 한번 걸리면 '몰랐어요 ㅠㅠ'가 통하지 않으니까요.

 

신입 때는 컴퓨터에 예쁜 폰트가 많으면 마음도 든든하고(?) 왠지 디자인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진짜 많이 받아놨거든요?

근데 막상 일을 오래 해보니까 폰트 개수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더라고요...ㅋㅋㅋ

몇십 개를 가지고 있어도 매번 뭘 쓸지 몰라서 스크롤만 내리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지금은 오히려 잘 읽히는지, 디자인 분위기랑 잘 맞는지, 회사에서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는지.

이런걸 알고 고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쁜 폰트를 발견하면 여전히 눈이 돌아가긴 하죠 ㅋㅋㅋㅋㅋ

그건 어쩔 수 없어요. 디자이너니까요!

그래도 이제는 무작정 받아두진 않고 상업적으로 사용 가능한지부터 보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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